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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방학책 사업」없어져|존폐위기에 선 「대한교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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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0년의 역사를 가진 대한 교육연합회가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 교련의 근본 기틀이 흔들린 것은 검인정 교과서 파동으로 문교부가 지난 8월「교과용도서 저작에 관한 규정」을 신설, 연간 운영예산의 절반을 차지해 온 국·중 교의 방학책 사업을 79학년도부터 할 수 없게 된데서 비롯됐다.
이른바 20만 교육자를 대변하는 우리 나라 유일의 전문 교직단체인 대한교련의 이같은 위기는 교육 현실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교련당국은 최근 시·도 사무국장회의(9월20일), 시·도 교육회장회의(9윌21일) 임시 이사회(10월7일 예정)등을 열어 위기타개를 위한 대책회의를 잇달아 열고있지만 아직 뾰족한 묘안을 찾지 못하고있는 실정-.
현재까지는 회비를 대폭 인상, 일체의 운영비를 회원들의 회비로 충당한다는 극히 원초적인 기본방향이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교련을 어용단체시하며 자신들에게 별 도움이 없다고 생각하는 많은 일선 회원들은 회비인상에 전혀 냉담한 태도.
회원단체이니 회비로 운영하자는 극히 당위적인 원칙론과 소속 회원들의 냉담한 반응이 엇갈리는데서 교련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방학책 사업을 못하게 된데서 오는 당장의 위기극복과 함께 소속회원들과의 호흡을 같이할 수 있는 체질개선이라는 커다란 명제를 안고있는 대한교련의 현실에는 일부 동정론도 없지는 않다.
1947년 창립된 대한교련은 그 설립 목적을 『교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과 교권의 옹호확대를 도모하며 교직의 전문성을 확립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무국 중심으로 운영되는 대한교련의 경상비는 회원들의 회비보다는 방학책 등의 외적사업에 의해 전적으로 충당 돼온게 사실이다. 올해 예산을 보면 총 13억9천만원 중 회비 수입은 11%에 불과한 1억6천만원. 방학책이 6억6천만원(48%), 「새한 신문」4억5천만원(32%), 회관임대수입 6천만원(4%)으로 방학책 사업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총 사업예산과는 달리 방학책을 통한 순이익으로 교련이 쓸 수 있는 소위 가용예산은 2억원 내외-. 따라서 완전한 회비운영을 실현하려면 현 월80원의 회비를 1백%이상 인상하지 않을 수 없다.
교련당국자들은 회원단체의 회비에 의한 운영이라는 원칙론과 함께 외국의 교직단체에 비해 회비가 너무 적다는 예를 내세워 일선 회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일선 회원들의 회비인상에 대한 태도는 거의 부정적이다.
특히 지난해 문교부가 공익법인화 하려다가 좌절된 후 개정된 교련의 정관은 일선 회원들로부터 또 한번 눈총을 받아야만 했다.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공익법인화의 좌절을 보완키 위해 개정한 정관은 「전국교육 연구대회」의 이름을 「전국현장 교육연구대회」로 바꾸고 각종 연구행사를 협의회 형식으로 변형시키는 등 교련회원들의 행동반경을 상당히 축소시켰다.
문교부 등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전문 교직단체로서의 「힘」을 펼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기구를 대폭 축소, 유명무실한 교련 간판만을 걸게될 것인지는 회원 자신들만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운명일 뿐이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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