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기초단체장 전략공천 … 새정치연합 내분 확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단체장 공천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광주와 경기 안산만 전략공천 때문에 시끄러운 게 아니다.

 새정치연합은 최근 서울 중구청장과 동작구청장 후보로 안철수 대표 측 인사를 전략공천하려 했다. 그러다가 옛 민주당 인사들의 거센 반발을 사 후보등록을 이틀 앞둔 13일에야 경선을 하기로 결정했다. 전남 여수시장과 화순군수 후보도 전략공천하려다 민주당 출신들의 반대에 부닥쳐 2인 경선지역으로 바뀌었다.

 민주당 출신인 김일태 영암군수는 경선후보로 선정됐다가 뒤늦게 자격을 잃었다. 김 군수 측은 “안철수 대표 쪽 사람을 공천하기 위해 경선후보 자격을 빼앗은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남도당위원장인 이윤석 수석대변인은 12일 의원총회에서 “김한길·안철수 대표는 당을 떠나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13일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갈등은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충남 지역 기초단체장 공천심사를 맡았던 박수현(충남도당 위원장) 의원은 13일 “(안 대표 측은) 거의 모든 지역에 자신들도 정체를 모르는 사람들을 데려와 공천을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날이면 날마다 벌어졌다”며 “이번 공천 과정이 새 정치가 아니라는 것을 국민께 들키지 않기 위해 모욕감까지 인내해야 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박 의원은 “심지어 공천심사 현장에서 가능성 없는 후보를 섭외해 자기네 소속이라고 속이고 지분을 우기는 사례도 여럿 있었다”며 “속에서 역겨운 것들이 치밀어 오르고 인격이 무너져 내리는 모욕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인천의 한 기초단체에선 안 대표 측 인사가 “그나마 지금 20%대의 정당지지율이 나오는 게 안 대표 덕 아니냐”고 말해 논란이 벌어졌다. 민주당 출신 인사는 “은근히 자기 몫을 챙겨줘야 한다는 뉘앙스를 풍겨 속이 터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강원도에선 얼마 전까지 새누리당에서 활동하던 인사가 “안 대표가 나를 민다”며 새정치연합에 입당하기도 했다.

 안 대표가 개혁 공천을 표방하며 옛 새정치연합(‘안철수 신당’) 인사들을 지방선거 후보로 내리꽂고 있지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옛 민주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인사들이나 한나라당에 몸담았던 옛날 인물들이라는 게 민주당 출신들이 갖고 있는 불만의 요체다.

 전남도당 공천심사위에 참석했던 박지원 의원도 “안 대표 측 인사들이 지분을 요구하며 공심위에 계속 불참했다”며 “안 대표가 자신을 팔아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인사들을 정리하지 않으면 새 정치는커녕 헌 정치보다 못하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12일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정도 공천 논란은 예상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자연스럽다는 듯한 자세였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 의원은 “지금 안 대표의 측근이라는 사람들은 대부분 안 대표가 정당을 급조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몰려들었던 사람들”이라며 “안 대표가 그들을 두둔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성우·하선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