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원 막은 구원파 500명 "검찰 올까봐 모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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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경기도 안성시 금수원 입구에 구원파 신도들이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의 장남 대균씨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몰려 있다. 이들은 피켓을 들고 "종교탄압 유혈사태 검찰은 각오하라" "순교도 불사한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비디오카메라, 스틸카메라 등으로 이곳에 온 기자 등을 모두 촬영·녹화했다.

13일 오후 6시 경기도 안성시 삼죽면 금수원 정문. 닫힌 철문 안쪽으로 500여 명 남녀가 도로 바닥에 앉아 있다. 기독교복음침례회(세칭 구원파) 신도들이다. 폭 4m, 길이 80m 정도의 길을 가득 메웠다. 철문 안 스피커에서는 찬송가가 흘러나왔다. 출입문 옆에는 ‘대한민국 헌법 20조,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기독교복음침례회 교수회 일동’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신도들은 "검찰이 들이닥칠지 몰라 모였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이 서울 염곡동 세모타운에서 유병언(73) 청해진해운 회장의 장남 대균(44)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하자 금수원에 집결한 것이다. 기독교복음침례회의 종교 시설인 이곳에는 유 회장과 대균씨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수원에는 전날 유 회장 일가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정순신 특수부장이 방문해 유 회장과 대균씨와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신도들은 이날 오전부터 모여들었다. 40~50대 남성 10여 명과 20~30대 남성 5~6명이 정문을 지키며 얼굴을 아는 이들만 통과시켰다. 정문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서 보여주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자 “네, 들어가세요”라며 문을 열어줬다. 모이라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낸 듯했다. 이날 오후 늦게까지 검찰은 오지 않았다.

 신도들은 30여 명 취재진의 접근도 막았다. 철문 옆 3~4m 높이 둔덕 위에도 신도들이 앉았다. 기자들이 올라가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동영상 카메라를 들고 취재하는 모습을 담기도 했다.

 오후 5시쯤 “일용할 양식 왔습니다”라는 방송과 함께 트럭 3대가 도착했다. 모인 신도들 저녁 식사를 실은 차량인 듯했다. 잠시 후 “긴급합니다. 대강당으로 각 지역 대표자분들 빨리 모여주세요”라는 방송이 나왔다. 몇 명이 안쪽으로 뛰어들어갔다. 하지만 큰 동요는 없었다. 한 신도는 “여기는 종교시설인데 막무가내로 밀고 오려고 하니까 막는 것”이라며 “우리는 종교 신자일 뿐인데 왜 마녀사냥 하느냐”고 말했다.

 오후 7시부터는 “목숨 바쳐 교회를 사수한다” “종교탄압 계속되면 순교도 불사한다”는 구호를 잇따라 외쳤다. “체포영장 시한인 48시간만 버티면 된다”는 소리도 나왔다. 신도들은 오후 9시30분을 넘어서면서 빠져나와 귀가했다. 이날 밤늦게 정문을 지키는 10여 명과 출입문 안에 20여 명만 남은 상태다.

 이와 별도로 장남 대균씨가 최대주주인 다판다의 전국 대리점주와 판매원 500여 명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이틀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국가공권력 총동원한 기업사냥 중단하라”는 피켓과 플래카드를 들고 “표적수사 중단하라”고 외쳤다. 다판다는 6월 8일까지 집회신고를 한 상태다. 인천지검 앞에서도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 500여 명이 지난 6일부터 “종교탄압 중단”을 외치며 한 달 일정으로 매일 시위를 하고 있다.

안성=임명수·이서준 기자, 정효식 기자
사진 =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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