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독한 야구, 출발이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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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문 LG 신임 감독(오른쪽)이 13일 롯데전에서 승리한 뒤 마무리 투수 봉중근과 포옹하고 있다. [뉴스 1]

양상문(53) 감독이 프로야구 LG 지휘봉을 잡자마자 이겼다. 13일 잠실구장에서는 양 감독의 취임식이 열렸다. LG 투수코치 시절 썼던 등번호 79번을 다시 단 양 감독은 “개인적으로 영광스럽지만 후배인 전임 감독이 물러난 상황에서 마냥 기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김기태(45) 전 감독이 물러난 이후 LG는 6승11패에 그쳤다. 최하위로 떨어져 있는 LG의 상황이 위중한 만큼 신임 감독이 느끼는 부담도 크다. 양 감독은 “팀 분위기를 추스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내가 과거 LG에서 4년(2002~2003년, 2007~2008년) 동안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깨끗하고 독한 야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양 감독은 “페어플레이가 중요하다. 깨끗한 야구를 하겠다”면서도 “아울러 독하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10점 이상 이기고 있을 때도 도루를 지시할 수 있다. 1점이라도 더 내는 게 응원해주는 팬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말했다. 룰을 지키는 선에서 최대한 독하게 싸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양 감독 자신부터 독해지기로 했다. 그는 “LG 승률이 5할에 이르기 전까지는 선수들과 세리머니를 하지 않겠다. 우리 타자가 홈런을 쳐도 (축하하는 의미의)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세리머니 할 시간에 다음 전략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 감독 취임식 전까지 LG는 승률 0.303(10승1무23패)에 그치고 있다.

 양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첫 경기인 잠실 롯데전. LG 최경철이 0-0으로 맞선 5회 말 롯데 선발 옥스프링으로부터 솔로홈런을 때려냈다. 최경철이 대포를 터뜨린 건 2004년 5월 5일 롯데전에서 프로 데뷔 첫 홈런을 친 이후 무려 3660일 만이다. 10년 만에 홈런을 터뜨린 최경철을 양 감독은 요란하게 축하하지 않았다. 제자리에서 가볍게 박수만 치며 경기 전 했던 약속을 지켰다.

 가만히 더그아웃을 지키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7회 초 투수 이동현이 선두타자 황재균에게 초구 스트라이크 이후 볼 네 개를 연달아 던지자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 다독였다. 안정을 찾은 이동현은 실점 없이 7회를 막았다. 마운드 전문가답게 투수 교체 타이밍은 빠르고 과감했다. 8회 초 1사 1, 2루 위기에 몰리자 마무리 봉중근을 한 박자 빨리 등판시켜 불을 껐다. LG는 8회 말 3점을 보태 5-0으로 이겼다. 첫 경기에서 승리한 양 감독은 “오늘의 1승보다 선수들이 내가 원하는 것을 이해하게 돼 더욱 의미 있다. 선수들이 자신감도 얻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삼성 중심타선 폭발 … 한화 4연패=대구에서는 중심타자들이 활약한 삼성이 7-1로 승리, 한화를 4연패로 밀어넣었다. 채태인은 1회 선취 2루타에 이어 3회에도 1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후속 최형우는 좌전안타로 채태인을 불러들였고, 3-1이던 5회 솔로홈런까지 터뜨렸다. 7회에는 박석민이 쐐기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마산에서는 NC가 9회 말 이호준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KIA를 6-5로 이겼다. 두산은 SK를 9-6으로 꺾었다.

김효경 기자

◆프로야구 전적(13일)
▶LG 5-0 롯데 ▶삼성 7-1 한화
▶두산 9-6 SK ▶NC 6-5 K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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