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국산차 … 제네시스 200㎏, 쏘울 140㎏ 살집 붙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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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현대차가 지난달 출시한 신형 쏘나타는 공차 중량이 1460㎏이다(2.0 CVVL 기준). 이전 모델(1415㎏)보다 45㎏ 늘어났다. 신형 제네시스는 옛 모델에 비해 150~200㎏ 무거워졌다. 기아차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쏘울 역시 60~140㎏ 무게가 늘었다. 연비도 쏘나타는 소폭 개선됐지만 제네시스와 쏘울은 되레 나빠졌다. 세계 자동차 업계의 경량화 추세에 역주행을 한 것이다.

 현대차 측은 “무게 증가는 안전성 강화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한다. 현대차 쏘나타는 개발 단계부터 안전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스몰오버랩 충돌 테스트가 대표적인 기준 지표였다. 차량을 시속 40마일(약 64㎞)의 속도로 주행해 운전석 앞부분의 25%를 부딪혀 결과를 측정하는 이 테스트는 자동차 충돌시험 중 가장 정밀한 평가로 불린다. 제네시스는 지난 7일(현지시간) 스몰오버랩을 포함한 IIHS의 안전도 평가 29개 항목에서 모두 최상급(GOOD) 판정을 받았다. 승용차가 IIHS 평가에서 전 부문 최상급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반 강판보다 강도가 2배 이상인 초고장력 강판 비율을 51% 이상으로 확대하고 자체 구조용 접착제 적용 부위를 123m로 확대한 효과”라고 말했다. 신형 쏘나타의 초고장력 강판 비중 역시 51%로 기존 모델(21%)보다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초고장력 강판을 확대하고도 무게가 늘었다는 게 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원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초고장력 강판은 일반 강판보다 10% 이상 가벼워 경량화 소재로 꼽힌다”며 “골프는 강성을 보강해 100㎏ 이상 경량화에 성공하면서도 연비가 좋아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일부에선 계열사 밀어주기를 하느라 경량화에 실패했다는 분석도 한다. 현대차는 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하이스코에서 공급받는 철강 물량을 늘려가고 있는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기계산업팀장은 “포스코가 생산하는 초고장력 강판은 일반 강판과 비교해 25% 이상 감량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대차가 이 같은 기술 혁신을 외면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품·소재업체와 공동 연구개발을 통한 최적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성공적인 경량화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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