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콘크리트 건물로 둘러싸여 숨통 막히는「전주객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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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주=이현천 기자】분별없는「콘크리트」건물들이 6백여 년 동안 내려오는 전주객사의 숨통을 막아 놓았다. 전주시 중앙동 3가1 도심지복판에 있는 전주객사(보물583호)는 풍남문(보물308호)과 더불어 옛 도읍 전주의 상징적인 명물.
그러나「콘크리트」건물로 사방이 꽉 막혀 있으며, 당국의 관리 소 홀까지 겹쳐 부속건물 일부가 헐리고, 대지면적마저 크게, 줄어들었다.
이 같은 사실은 문화재관리국에서도 뒤늦게 알아 보호관리에 허술했던 지방관청을 나무라고 있는 실정.
이조초기에 축성, 9대 성종 2년(1471년) 에 개축한 전주객사는 남쪽의 삼 문을 거쳐 넓은 뜰에 들어서면 주관(주관)과 주관을 날개처럼 떠받친 양익헌이 있고 뒤뜰에는 진남루(진남루)와 매월당 등 3개 부속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고대조선식 목조기와 집으로서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건축양식이 그 특징이었던 것.
주관은 궐 패를 모셔 매달 1일과 l5일 국왕에 대한 예를 올리는 곳. 관찰사·부윤·판관 ) 등 지방의 고관이 부임할 때도 맨 먼저 이곳에 들러 예를 올렸고 조정에서 내려오는 칙사도 여기서 교지를 전했다는 곳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후손들의 무지와 몰지각으로 이 보물이 원형을 잃고 있다.
동익헌과 삼 문이 헐리고, 진남루 등의 부속건물도 모두 헐렸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은 건평 66평의 주관과 60평 짜리 서익헌 뿐. 그나마도 바로 5, 6m 앞뜰에 66년에 세운 기본 건평 53평에 3층「콘크리트」의 농지개발 전북도 사업소 건물이 숨통을 막고 있으며 진남루 등 이 서 있던 뒤뜰엔 71년에 완공한 지하 1층·지상 4층(옥 탑 포함)에 연 건평 1천5백50평의 전주체신청사가 객사추녀에 바짝 붙어 내리누르고 있다.
그리고 서쪽은「시멘트·블록」담 벽을 사이에 두고 K여관이, 동쪽은 허술한 민간소유의 건축물들이 갑갑하게 서 있다.
또 해방직후에 갈아 버린 4백여 평의 체신청부지 외에 문화재 대강에 남아 있던 7백7평의 부지마저 지난해 11월의 공부확인에서 5백26평으로 1백81평이나 줄어 든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요즘에야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깨닫고 해체보수 등 보존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이미 육중하게 앞뒤의 숨통을 막고 있는 주변의「콘크리트」건물에는 손을 쓸 수 없는 실정. @@이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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