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무량수전 건축양식 서구의 황금분할 비와 일치"|건축가 송민구씨 실측결과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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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나라의 가장 오랜 목조건물인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이 아주 엄밀한 황금분할 비에 의해 구성되었음이 밝혀졌다.
건축가 송민구씨(송민구 건축연구소장)는 지난 수년동안 이 무량수전과 장곡사 대웅전, 경주 석굴암 등의 실측치를 검토한 결과(1±√5)를 2로 나눈 숫자 1:1·618의 비례로서 짜여졌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황금분할 비는 서구에서 고래로 미의 원천이라고 일컫는 가로·세로의 비례. 건물이든 그림이든 황금분할 비로 무수한 대소 공문을 구성했을 때 가장 아름답다는 미학적 이론이다.,
이러한 미적분할비례는 우리나라 고 건축에 적용되어 있는데 그러나『그것이 서구의 고대문명으로부터 도입된 것인지 인류의 공통된 심미안에 의해 한국에서 자연 발생된 것인지는 아직 해명할 실마리를 얻지 못했다.』고 송씨는 말했다.
송씨의 이 같은 이론은 모교수가 주장한 1:√2=1·414의 상식적인 비례 미 적용을 뒤엎는 것. 조선시대 건물에서는 √2 및 3/5=1·666의 비례구성이 적지 않으나 고려나 신라시대의 건축에선 황금분할비가 많이 적용됐으리라는 가설이다.
우선 무량수전의 앞면 5간, 측면 3간의 평면이 완전무결한 황금분할 비의 구형이다. 불단을 포함하는 뒷면 공간도 역시 그러한 구형을 이루며 다시 대각선으로 분할하면 불좌 대 측면 공간이 차차 축소되는 황금분할 비의 구형이다.
무량수전의 입 면에 있어서도 기둥과 기둥에서 빚어지는 황금분할비 구형을 기초로 하여 대각선을 그어 보면 추녀 끝과 용마루 끝이 자연 나타나게 된다.
부석사는 신라 때인 7세기에 창건됐으나 현존무량수전은 고려 현종 때인 1016년에 중창된 건물. 조선전기에 속하는 청양 장곡사 대웅전에 있어서도 무량수전과 같은 황금분할 비의 완전무결한 심미안이 발현되고 있었다.
경주석굴암의 경우「듬」부에서는 황금분할비가 적용되는데 전실의 현상에서는 √2의 비례여서 전실구조를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송씨는 부석사 무량수전에 대한 세부검토를 하려면 앞으로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심 포에 있어서의 공포 전제가 갖는 곡선이며 굴 도리를 받치고 있는 행 공의·길이, 「엔터시스」기둥의 상하 굵기 등 현대건축 역학의 이론에 부합되는 부분이 상당히 발견되는데 이러한 세부적 연구가 뒤따라야만 무량수전의 전모가 해명되는 셈이다.
송씨는 고 건축 전문가는 아니지만『현대건축에 있어서 전통의 수용문제』를 연구하다가 그 같은 우리 선조의 치밀하고도 합리적인 심미안을 발견할 수 있었다면서『고 건물에 대하여 섣부른 보수는 자칫 원형을 깨뜨리기 쉽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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