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잇단 프랑스의 기밀 누설 퇴근길 한잔 술 탓?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파리=주섭일 특파원】「지스카르」「프랑스」대통령은 지금 국가기밀이 자꾸만 누설되어 골치를 썩고 있다.
최근엔 불과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거에 대처한 대통령의 선거전략이 좌파에 새어 버리자 대노했다는 것.
『나는 앞으로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다. 내 입을 열자 말자 전「프랑스」인이 내용을 모두 알고 있으니 어떻게 된 거냐? 분명히 내 주위에서 누설되고 있다.』「지스카르」는 그의 보좌관들에게 호통을 쳤지만 누가 누설의 주인공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누설자가「지스카르」에게 자백을 하지 않는 한 정체가 드러나기는 힘들다.
내용인즉「지스카르」자신이 4명의 측근을 모아 내년 3월 총선거전략을 털어놓았다. 국유화문제·핵「에너지」에 관한 정책을 둘러싸고 사회당과 공산당이 분열하고 있기 때문에 여당연합에 불리한 것만이 아니며 다만 경제문제·「인플레」와 실업이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결론.
이 결론에 따라서 대통령은 좌파에 대해 일대반격을 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즉 대통령이 선수를 쳐 현 시국을 극적으로 꾸며 의회를 해산시켜 버리자는 것. 그러나 이에 대한 「지스카르」의 결심은 유보되었다.
그런데 바로 이 내용이 누설되어 심지어 각 신문방송국이 긴장했는가 하면 준 야당으로 떨어진(?)「드골」파뿐만 아니라 좌파에도 알려져 버렸던 것.
이 누설사건에는「엘리제」궁 주변의 술집이 깊은 관계가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곳엔「지스카르」의 특별보좌관 단골「바」가 몇 군데 있다. 고된 작업에서 해방된 보좌관들은 단골을 찾아「칼바도스」나「위스키」를 한잔 들이키게 마련이다. 이「바」에는 이미「드골」파·좌파의 정치인들과 사복경찰 또는 정치기자가 한잔하면서 대기 중.
한잔 술에 새어나오는 보좌관들의 한마디를 얻어듣자는 것인데….이것도 모르고 보좌관들은 대통령의 견해에 관해 좋다느니 나쁘다느니 논쟁까지 벌인다는 것.
그래서「지스카르」는『「프랑스」의 정보기관원들은 너무나 말이 많다. 각료들과 보좌관들도 너무 떠든다』고 엄중 질책.
처음 누설자를 색출하려던「지스카르」의 결심은 제2단계 조치로 들어갔다. 보좌관들이나 각료들이 비밀문서를 볼 경우 시간을 반드시 기록하고 서명하도록 조치한 것. 그리고『바 에 가는 것은 좋지만 한잔 술에 말을 조심해 달라』고 당부. 이 같은 대통령의 당부가 지켜질는지는 의문이다.
『왜냐면 워낙 말하기 좋아하는「프랑스」인 기질도 문제지만 술집 출입을 금지시키지 않고 말조심하라는「지스카르」의 조치가 한잔 술에 어긋나 버릴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주섭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