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속에 얼음에너지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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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미국의 마이애미와 버뮤다, 푸에르토리코를 잇는 버뮤다 삼각지대. 지나가는 선박이 침몰하고 비행기가 떨어지는 등 의문의 사고가 자주 발생해 '마의 삼각지대'로 불리기도 한다.

그동안 외계인의 소행이니 지구 중력의 이상이니 수많은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오늘날에도 이를 설명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그 가운데 그럴 듯한 설명이 '가스 하이드레이트' 연루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바다 속 퇴적층에 쌓인 생물의 사체에서 발생한 메탄가스 등이 얼음 결정 속에 압축된 상태로 갇혀 딱딱하게 굳어있는 상태다.

불을 붙이면 불꽃을 내며 물만 남아 '타는 얼음'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일정 조건에서 메탄 등의 가스가 한꺼번에 바다 위로 솟아올라 배를 가라앉히고 비행기를 떨어뜨린다는 것이 가스하이드레이트 연루설을 믿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버뮤다의 진실이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는 가운데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이라크전쟁의 발발과 함께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조명받고 있다.

1967년 서시베리아의 메소야키아 가스전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79년 심해해저에 널리 매장된 사실이 확인됐다.

계속된 연구 결과 석유.가스의 탄소양에 비해 25배가 넘는 양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스하이드레이트는 미래형 청정에너지원으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주로 해저 4백~6백m 아래 저온.고압 조건에서 만들어지는 만큼 가스를 잃어버리지 않고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방법이 상업화의 관건이다.

온도가 올라가거나 압력이 낮아지면 얼음 결정 사이에 갇힌 메탄 가스가 금세 도망가버리기 때문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영주 선임연구원은 "매장된 곳에 파이프를 박고 가스로 바꾼 뒤 수면 위에서 끌어모으는 방향으로 상업화 방안이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은 2010년 상업적 생산을 목표로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수행 중이다.

한국도 96년 가스하이드레이트 연구를 시작했으며 2000년 울릉도 인근이 가스하이드레이트의 매장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연구개발 사업을 벌이는 중이다.

심재우 기자

<사진설명>
지난해 해저시추프로그램(ODP)에 참여했던 한 연구원이 해저에서 막 캐낸 가스하이드레이트에 불을 붙여보이고 있다. 이 정도 크기면 10분 정도 탈 수 있으며 얼음 때문에 밑부분은 뜨겁지 않다. [지질자원연 이영주 박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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