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효 읊은 시조가 사랑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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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와 얼이 담긴 시조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예상외로 높다는 것이 중앙일보·동양방송의 시조 읽기 「캠페인」의 일환인 『옛 시조 1백선 공모』결과 밝혀졌다.
우리 국민의 정서를 순화시키고 선단들의 슬기와 얼을 되새기기 위해 TBC-TV가 지난 한달 동안 시청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옛 시조 1백선 공모』결과 총 1만5천8백39통, 4백3종의 시조가 응모 접수되었다.
전래의 시조가 3천여 수임을 감안할 때 4백여 수라는 숫자는 많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될 수도 있으나 초·중·고 교과서에 수록된 시조가 90수 정도인 점과 비교하면 나머지 3백 여수는 응모자 스스로의 관심에 의해 익힌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들 응모엽서를 집계 순위를 매긴 다음 성균관대 이명구 교수와 시조시인 김상옥씨의 분석·검토를 거쳐 마련된 『옛 시조 1백선』은 일반의 시조를 즐기는 경향을 비교적 확실하게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이·김 양씨에 따르면 이들 1백수의 시조를 분석한 결과 충·효를 주제로 한 것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은 장부의 기상·교훈·경·사랑·권농·자연·무상 등의 순서인데 이것은 세태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는 것. 즉 요즈음에 이르러 더욱 절실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나라사랑·부모 공경 같은 문제가 시조에 대한 기호의 경향으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위로 집계된 시조들 가운데는 노력·무상 등을 주제로 한, 널리 알려진 시조들이 포함돼 있어 전체적인 경향의 분석과는 다소의 차이를 보인다. 응모 엽서 중 가장 많은 장수가 들어온 시조는 임금에 대한 충성을 노래한 정몽주의 『이 몸이 죽고 죽어』(6백76장)이며 이밖에 같은 계열의 시조로 성삼문의 『이 몸이 죽어 가서』(5백31장), 남이의 『장검을 빼어 들고(4백11장), 이순신의 『한산 섬 달 밝은 밤에』(4백2장) 등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들과 함께 노력을 주제로 한 양사언의 『태산이 높다 하되』(5백52장)가 2위로, 무상을 노래한 길재의 『5백년 도읍지를』(5백13장)과 황진이의 『청산리 벽계수야』(4백84장)가 각기 4, 5위로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4백여 종이 응모됐다 하지만 1백수까지의 시조 중 80수가 초·중·고 교과서에 수록된 시조라는 사실은 교과서가 시조 보급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쳐 왔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교수와 김씨는 시조를 더욱 생활화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의 교과서 수록 시조를 재검토해야 하며 수록 범위도 더욱 넓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해방 이후 계속 교과서에 수록돼 온 시조들 가운데는 시의에 맞지 앉는 것도 많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번 TBC-TV가 실시한 애송 시조 조사는 시조에 대한 일반의 관심의 척도를 잴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에 있어서 옛 시조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했다는 점에서 뜻 있는 행사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본사의 시조 읽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월간 「학생중앙」은 이번 선정된 『옛 시조 1백선』을 11월호 별책 부록으로 출간할 예정이며 TBC-TV는 7일밤 10시, 11일 아침 8시10분에 「옛 시조 1백선」에 관한 특집 「프로」를 방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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