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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일본에 있어 무엇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일 각료 회담이 거듭 될 때마다 우리는 일본에 있어 과언 한국은 무엇이며 또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반추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과 시사 통신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한국은 일본인들에게 소련 다음으로 싫은 나라로 지목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대한 편견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시정되기보다는 새 세대로 전승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정과 학교 교육이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반한「저널리즘」이 이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인의 우리에 대한 편견이 뿌리 깊은데, 역사적으로 피해를 본 우리의 대일 감정이 좋을 리 있겠는가. 재작년의 본지 조사로는 일본이 중공과 소련 다음으로 호감 가지 않는 나라로 나타났다.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대일 감정이 5년 전에 비해 좋아진 사람이 28.5%인데 비해 나빠진 사람은 61.6%나 된다. 이렇게 편견이란 순환할 뿐 아니라 확대 재생산되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한일 양국이 역사의 앙금을 극복하고 새로운 선린 관계를 형성해 나가려면 이러한 편견을 단절하고 상대를 바르게 인식하려는 노력이 없어선 안 된다.
우선 지금의 일본에 대해 한국이 무엇인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요구된다.
한국은 일본에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일 뿐만 아니라 지금 일본이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와 번영을 가능케 하는 방파제이기도 하다. 만일 한국이란 방파제가 없다고 할 때 일본은 좌경화 또는 군사 대국화의 길을 걸으면서 자유와 번영을 쇠잔시킬지도 모를 일이다.
안보면에서의 방파제일 뿐 아니라 한국은 일본 경제의 귀중한 「파트너」이기도 하다. 한일 관계 정상화 이후 작년까지의 양국간 무역고는 2백28억2천6백만「달러」에 이르렀다. 이중 우리의 대일 무역 적자는 83억9천4백만「달러」로 같은 기간 중 일본의 대한투자 및 차관 19억2천3백만「달러」의 4배가 넘는다.
이렇게 한국이 일본에 안보·경제상으로 소중한 존재라고 하면 이에 상응하는 일본의 기여가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제9차 한일 각료 회담에서는 이러한 일본의 올바른 대한 인식과 이에 따른 행동이 나타났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주한 미지상군의 철수에 따라 가중될 한국의 안보 부담과 역할에 대해 일본 나름의 기여가 없어선 안되겠다. 군사적 지원이 아니라 경제·외교면 의 협력과 지원이 요청된다는 것이다.
최근 북괴와의 민간 어업 및 무역협정 교섭 과정에서 논란되고 있는 것 같은 불투명한 대 북괴 자세를 지양하는 것이 그 첫째라 하겠다.
벌써 4년 전에 체결된 대륙붕 공동 개발 협정을 하루빨리 발효시켜 자원 난을 극복하기 위한 공동 노력을 조속히 전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날로 심화되고 있는 무역역조 시정을 위해 일본측의 성의 있는 태도가 있어야겠다. 대일 무역역조는 우리의 산업 구조상 어느 정도 불가피한 면도 있으나, 양국 산업의 상호 보완을 무시한 일본의 과도한 수입 규제로 인해 심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우리도 「턴·키·베이스」의 자본도입으로 상징되어 온 경제의 대일 의존을 벗어나게 된 만큼, 양국간의 경협은 경제적 보완성에 바탕을 둔, 상호 협력의 증진을 지향해야 한다.
그렇지만 최근 일본의 산업계와 「매스컴」일각에서처럼 한국 경제를 지나치게 일본 경제의 「라이벌」로 부각시키는 경향도 문제다. 이는 국민생산 5천5백53억「달러」대 2백50억「달러」, 1인당 국민소득 4천9백27「달러」대 7백「달러」인 두 나라의 경제 격차를 고의적으로 무시함으로써 일본 국민들의 경계심을 자극하려는 속보이는 행동이다. 근거 없는 우월감도 문제지만 과도한 경계심도 선린 관계 형성을 어렵게 하는 요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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