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쟁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가 국내 산업의 국제 경쟁력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이의 전반적 기초 조사를 시작했다는 것은 하나의 시대적 요청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제까지도 정부의 경제 시책에서 국제 경쟁력이란 측면이 완전 무시된 것은 아니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됐던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 주도의 산업 개발이나 외자 도입·금융 지원 등에 있어서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기준에 좀더 충실했던들 지금 새삼스럽게 기초 조사 운운할 필요는 없을 모른다. 원칙적으로 말하면 공장 하나 세우는데 또는 외자 도입 한건을 인가하는 때도 국제 경쟁력이 고려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동안은 경제의 양적 팽창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큰 문제 의식을 느끼지 않고 소홀히 넘어간 경향이 짙다.
사실 그 동안의 고도 성장은 수직적 국제 분업과 기술의 단순 이전에 크게 힘입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개발 전략은 경제 규모의 확대엔 큰 기여를 했지만 자립 경제의 달성이단 측면에선 여러 문젯점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앞으론 대외적·대내적 여건이 국제 경쟁력을 무시한 경제의 양적 팽창을 허용치 않게 되었다.
국제 경쟁력을 외면한 산업 개발은 국민 전체의 엄청난 부담을 강요하는데, 그러한 국민적 부담은 용납될 수 없을 것이다. 또 개방 체제로의 이행에 따라 국내 산업도 보호의 온실 속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지속적인 경제 발전엔 국내 산업이 별다른 정책적 지원 없이도 국제 경쟁을 할 수 있는 체질 강화가 그 바탕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제 경쟁력의 유무나 강화 방안은 획일적으로 규정할 수가 없다. 그러나 국민 경제적 견지에서 볼 때 보완적 비교 우위에 설 수 있는 산업의 선택 내지 개발에서부터 접근해야 할 것이다. 자원·기술 축적·사회적 요인 등을 감안하여 국제 분업 내에서의 적성 산업을 골라야 하겠다는 것이다. 적성 산업의 선정은 산업 전반에 걸친 연관적이고 정밀한 조사가 선결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경제계와 공동으로 작업하고 있는 산업별·업종별·품목별 경쟁력 조사에 큰 기대를 걸어 본다.
여러 여건으로 보아 한국의 개발 전략은 우선은 무역 의존에서 찾지 않을 수 없다. 무역 의존적 개발 전략에선 국제 경쟁력의 강화가 기본적으로 절실하다.
이제까지의 무역 증대는 비교 우위에 입각한 적성 산업의 개발 육성에 의했다기보다 수직식 국제 분업 체제에 힘입은 바 크다. 때문에 기술의 개발이나 자립 경제의 달성이란 측면은 매우 등한시되었다.
수직적 분업 체제는 매우 위험한 것이다. 일본의 한국산 생사 수입 규제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이해가 상충될 땐 약한 쪽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너무 지나친 자본·기술의 대외 의존은 국민 경제가 시한 폭탄을 안고 있는 것이라고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국제 경쟁력은 또 시간적으로 가변적인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방향에서 산업 구조를 어떻게 끌고 나가고 또 그 경제적 효율을 어떻게 증대시킬 수 있는가가 문제의 핵심이 된다. 그 해답은 기술 개발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제 까진 경제 성장에 있어 자본부족이 가장 애로가 되었지만 경제의 질적 개선과 자립도의 제고를 기하려면 전반적인 기술개발과 그 확산이 당면 문제로 등장할 것이다.
초기 개발 단계의 「턴·키」 방식에 의한 기술과 자본의 일괄적도인 이제 한계에 부닥쳤다고 볼 수 있다. 수직적 국제 분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술과 대본의 선택적 도입 개발이 필요하다.
기술 혁신이 경제 발전의 원동력임을 절감해야한다. 한국 경제도 이미 개발 점화 단계를 넘어선 이상, 기술과 자본의 내생적 축적이란 측면을 중시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이것은 곧 국제 경쟁력과 상통되는 것이기도 하다.
국제 경쟁력 강화는 경제적인 접근이 기둥이 돼야 하지만, 정치적·사회적 환경 정비와 노력이 보완돼야 함을 덧붙여 지적하고 싶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