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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에 허덕이는 서독 젊은이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프랑크푸르트=엄효현 특파원】서독의 금년 각급 학교 졸업생들처럼 호사스럽게 자란 세대는 일찍이 없다. 두 차례에 걸쳐 패전을 겪어야만 했던 부모들이나 그 이전의 세대와는 달리 전후 서독경제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이들은 굶주림이 무엇인지 몰랐으며 오로지 이상적인 사회복지만이 이들의 요람 위에 깔려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막상 교문을 나서자 「무한한 장래의 약속」이라는 청소년들의 기대는 깨어지고 일자리를 얻기 위해 무서운 경쟁을 해야한다는 새로운 현실에 부딪친 것이다.
이 같은 서독의 현실을 추리해 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50년대 초기부터 시작, 66년에 그 절정에 달했던 서독의 산아율은 현재의 사회진출 지망생들의 수적 과잉상태에 몰아넣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경제불황을 맞아 기업들은 투자확장을 피하고 인력을 줄이기 위해 기술혁신을 서둚으로써 일자리를 줄이고 있기때문이다.
이들 졸업생들은 9년제 의무교육과정의 「하프트·슐레」나 10년제 실업학교인 「리얼·슐레」를 졸업하고 각 기업이나 관청에서 원하는 직업교육을 3년 정도 밟고 나야 비로소 온전한 직장인이 된다. 그런데 이 과정의 첫 관문인 직업훈련자리를 얻기가 흡사 우리 나라 대학문처럼 좁아 위압적인 취직지옥을 말해주고 있다.
게다가 원하는 대학의 학부에 자리를 못 얻은 대학입학자격증 소지자들이 실업학교졸업생을 몰아내고 기술직과 상업직에 몰려 들어옴으로써 악순환은 거듭되고 있다.
패전의 암담한 상황에서 지난 30년 동안 서독의 아버지세대들은 스스로가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간에 모두 「영점」에서 시작, 오직 앞으로만 질주하여 어떤 직업에서건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성공한 세대 뒤에는 실패한 세대가 따르는 것이 숙명인지 몰라도 사회에 대한 서독청소년들의 깊은 신앙은 서독정치의 안정을 위협할 정도의 수준에 올라섰다고 한 고위관리는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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