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긴 국립공원 경주 남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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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주】국립공원과 많은 유적지가 있는 경주일대에서 최근 일부 조경업자들이「트럭」까지 동원, 잔디를 마구 캐가고 있어 국립공원 일대가 황폐해 가고 있다.
경주시 동천동 이차돈의 순교전설이 담겨있는 백률사 동북쪽 신라 민묘와 사설 묘지에는 지난 4월부터 일부 조경업자들이「트럭」을 동원, 1백여기나 되는 묘의 잔디를 모조리 떼내어 가 버렸다.
또 국립공원 남산과 삼국통일 위인전 일대 1만여평의 잔디도 최근 2∼3개월 사이에 깡그리 없어져 붉은 황토모습만 남게 됐다.
더구나 남산중턱 용장사 입구 국립공원 경계지점의 2천여평 잔디도 최근 몇 달새 거의 없어졌다.
이와 같이 요즘 잔디 도둑이 부쩍 늘어난 것은 경주 종합개발 사업이 활발해지자 잔디수요가 갑자기 늘어난 때문이다.
이들 잔디 불법채취 조경 업자들은 주로 야간을 이용, 주민들에게 잔디를 채취하게 하고 평당 5백원씩에 사들여 자신들이 팔아 넘길땐 평당 9백원씩 받는다는 것.
이 바람에 많은 주민들이 잔디 체취에 열을 올려 잔디가 좋은 곳이면 아무 곳에서나 마구 떼내어 가고 있는 것이다.
관계 당국은 넓은 남산과 곳곳에 흩어져 있는 사적지를 관리할 만큼의 인력이 없어 이와 같은 사실을 알고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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