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완구·박영선을 향한 걱정과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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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앞으로 1년간 국회를 이끌게 될 이완구 새누리당,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에 대해 걱정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최초의 여성 국회 리더로서 명실상부한 여성 정치시대의 주인공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런데 이 대표와 박 대표는 여야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연령이나 배경, 정치 경로나 스타일의 차이가 너무 커 마치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를 연상케 한다. 두 사람이 이런 세간의 걱정을 불식하고 멋진 반전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두 사람은 지금 세월호 참사라는 미증유의 국민 패닉 상태를 앞장서서 극복해내야 하는 공동 운명체다. 이 사건은 현재 정부가 수습해나가고 있지만 정부 자체에 내재한 무능과 상상력의 빈곤 때문에 국회가 함께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 문제는 지난 시기 드러났던 국회의 무능과 빈곤한 상상력, 정파적 분열과 적대성은 어찌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국회가 세월호 문제 앞에서도 정파적 이익에 사로잡혀 엉뚱한 싸움질이나 한다면 감당키 어려운 국민적 저항을 맞게 될 것이다. 당장 6·4 지방선거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이거나 지나치게 정쟁적인 모습을 띠는 정당을 민심이 심판할 것이다.

 두 사람이 1년 내내 놓지 말아야 할 일은 ‘세월호 참사 대국민 보고서’를 국민한테 내놓는 일이다. 미국 의회도 9·11 테러 뒤 뉴욕의 소방수·간호사에서 시작해 부시 대통령의 증언까지 포함해 2년간 광범위한 조사를 했으며 이 과정에서 국토안보부라는 가장 강력한 ‘국민재난 보호부서’가 탄생했다. 세월호 참사가 빨리빨리·대충대충이라는 한국의 치명적 문화에서 싹튼 것이니만큼 국회도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부터 새로운 국민 문화를 창조한다는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

 이런 자세와 진정성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박 원내대표가 주장하는 청문회니 국정조사니 ‘세월호 특별법’ 같은 것들은 당연히 국회가 밟아야 할 수순이다. 다만 안철수 새정치연합 대표 같은 이가 주장하는 특검 도입은 현재 검찰의 수사 흐름에 문제가 없는 만큼 지나친 주장이다. 특검 주장은 야당이 거둬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