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수도권 전철 300m 역주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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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직도 멀었음일까. 수도권 전철과 공장, 그리고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국제여객선에 이르기까지 8일 하루 동안 안전사고가 잇따랐다.

 8일 오후 2시35분쯤 경기도 부천시 송내역과 부개역 사이에서 수도권 전철 경인선 신호기 고장이 일어났다. 이 사고로 서울 용산역을 출발해 동인천역으로 가던 급행 전철이 300m를 역주행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열차 안에 있던 350여 명의 승객 중 인명 피해는 없었다.

 신호기는 정상이라면 ‘진행’ 신호가 나와야 하는데 ‘정지’ 표시를 했다. 그 때문에 열차가 멈췄다. 멈춘 장소는 오르막이었다. 그것도 열차에 전기 동력 전달이 안 되는 절연구간이었다. 일단 멈추면 다시 앞으로 갈 수 없는 지점이다. 열차는 일단 멈춘 뒤 상황을 관제실에 보고하고 20여 분을 서 있다가 언덕을 오를 동력을 얻기 위해 300m 후진한 뒤 재출발했다.

서해에선 한국·중국인 승객 655명과 승무원 48명 등 703명을 태우고 장쑤(江蘇)성 롄윈(蓮雲)항을 출발해 평택항으로 오던 국제여객선 CK-STAR(1만4991t)호가 엔진 고장을 일으켰다. 2개 엔진 중 왼쪽이 고장 나 오른쪽 엔진만으로 도착 예정보다 4시간 늦은 오후 8시30분 평택항에 도착했다. 고장 신고를 받은 해양경찰 함정 2척이 호송했다.

 CK-STAR호는 1988년 일본에서 만들었고 지난해 국내 선사인 연운항훼리가 들여와 개조한 뒤 한·중 노선에 투입했다. 만든 지 26년 된 고령 선박이다. 89년 일본 조선사가 만들어 2013년 수입한 뒤 증·개축한 세월호와 비슷하다.

 이 여객선은 지난해 7월 한국선급 검사를 받았으며, 사고 6일 전인 이달 2일 해양항만청이 실시한 안전점검을 통과했다. 해양항만청은 “구명장비 작동 등을 점검했을 뿐 엔진은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울산에서는 2곳 공장의 보일러 폭발과 가스 누출로 1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8일 오후 6시30분쯤 불산가스 제조업체인 후성 울산공장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보일러가 폭발해 협력업체 근로자 조모(32)씨가 숨지고 박모(46)씨 등 4명이 다쳤다. 조씨 등이 고장 난 보일러를 수리한 뒤 시험 가동을 하는 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비슷한 시각 SK케미칼 울산공장에서는 초대형 철제 탱크를 청소한 뒤 탱크 안에 부식 방지 코팅을 하던 협력업체 근로자 서모(49)씨 등 3명이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 중 2명은 중태다. 경찰은 근로자들이 작업 중 발생한 유해가스를 들이마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두 공장의 안전관리 소홀 여부를 조사해 문제가 있으면 관계자들을 사법 처리할 방침이다.

장주영·임명수·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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