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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재윤<본사 동서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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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괴 노동당 규약에 의하면「군은 당의 혁명적 무 장력」이 된다. 이것은 당이 혁명정신을 세우기 위하여 군이라는 무 장력을 수단으로 삼는 무력혁명의 본색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권수립 7개월이나 앞서「인민군」이 창설된 것은 군이 정부의 국방기능을 수행하기 이전에 당의 혁명적 무력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것이 된다.
혁명과정에 있는 당은 적대 정당과의 싸움에서 먼저 군사력을 장악해야만 권력을 장악하게 되고 집권 후에 벌어지는 당내투쟁에 있어서는 군사적 실권을 확보하는 측이 최후의 승리를 보증할 수 있게 된다.
그 동안 거듭된 탈 권 투쟁으로 현 체제를 유지해 온 북괴는 정당보다 군을 우위에 두는 체제를 그대로 존속시켜 왔다. 예를 들어 정무원의 인민무력 부장은 행정부직위로는 부총리의 하위직이지만 당 서열로는 이보다 훨씬 웃도는 높은 서열이 주어지고 있다.
심지어 인민무력 부의 총 정치국장이 정치위원인데 반하여 부총리 급이 당 중앙위원인 경우는 허다하다.
당 내외의 모든 문제는 결국 무력으로 해결된다는 기본 가정 위에서 군부의 발언권과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작년 4월의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일 전 총리, 최 현 전 인민무력부장이 제2선으로 물러앉으면서 오백룡(노농적위대장), 전문섭(김일성 경호책임자), 한익수(전 군 정치국장), 김철만(군제 1참모부장)등의 서열이 급상승했다.
이것은 혹시 무슨 무력에 의한 결정을 필요로 하는 사태를 예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하여 일단 6·25때로 되돌아가서 군의 현지도체제의 확립을 위한 투쟁 과정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사회의 다른 분야에서는 6·25 전란이 예컨대 주민의 대거월남으로 어지러운 요소들을 정리해 주는 역할을 했으나 군부에서는 반대로 이질적 요소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계기가 되었다. 그것은 남침을 준비하기 위한 간부 확보의 일환으로 49년 1월부터 중공의 팔로군과 소련군에서의 전투 유경험자들을 사단병력 규모로 받아들인 결과였다. 이들 중에는 이미 소련군 화차에 실려 와서 포진한 김일성 일파와는 비교도 안 되는 군사경험과 역량을 갖춘 자들이 끼어 있었다.
그러나 김일성 일파는 이들에게 칼자루를 내 놓을 리는 없었다. 당시의 군 총 참모장 강 건(전사)은 무 학으로 만주에서 소수병력을 지휘한 경험밖에 없는 김일성의 주 졸이다. 그에 버금가는 전선사령관 김 책(전사)도 남 만주에서 3∼4년간 유격대 활동을 한 경험밖에 없었다. 이에 반하여 한국인으로서 유일하게 중공의 장정에 참가하고 팔로군 포병사령관을 지낸 김무정은 한 군단장으로서 이들의 지휘하에 있었다.
이런 불공평은 군사실권을 둘러싼 은밀한 저항으로 발전하고 드디어 대규모 숙청선풍을 일으켰다. 50년 12월 중공군이 한국전에 개입하고 잠시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되자 압록강변의 만포의 어떤 자연이 자옥한 지하실에서는 김무정에게 전쟁 실패의 책임을 준열하게 추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군 내외에 깔려 있는 연안파의 세력을 무시할 수 없어 공정을 가장하기 위해 김일성의 충복 금일(당시 총 정치국장), 임춘추(강원도 인민위원장)등을 일단 함께 숙청하는 위장 극을 곁들였다.
57년의 연안·소련파 연합에의 한 반김 봉기는 한때 팔로군 출신의 장평산(중장)의「쿠데타」음모사건으로까지 번져 긴장상태에 들어갔으나 오히려 이것은 집권자에게 군에서 양파의 뿌리를 완전히 뽑아 버릴 수 있는 호기를 제공하는 결과에 그쳤다.
이때에 최용건과 최 현이 각각 민족보위성의 상 및 부상의 자리에 앉아 숙군을 충 지휘했고 지금 1백50만 노농적위대의 총사령관으로 있는 오백룡(대장)이 민보성 호위국장으로서, 숙군의 하수인으로서 민완을 발휘했다.
이 숙군으로 군의 실권은 어느 누구도 도전할 수 없는 일파의 독점 물이 되었다. 또한 거듭되는 탈 권 투쟁으로 군의 고위간부의 체질은 철저한 당파성, 당권방위의 전위적 성격을 지니게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신진들에게의 승진기회를 안 주어 노령화하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소위 장·영 급이 회갑 또는 사망으로 서훈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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