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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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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일·쇼크」후 장기불황과 물가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세계경제의 추세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며 호전될 기미는 없는가. 이에 대해 미 「텍사스」대학의 「월트·W·로스트」교수는 매우 이색적인 진단을 하고 있다. 50년 주기설을 근거로 현 경제추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언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2회에 걸쳐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주>
50, 60년대의 세계적 경제「붐」은 경제사상 이례적인 것이었다. 세계의 생산과 무역이 이토록 빠른 속도로 는 적이 없었으며 장기호황과 저실업도 기록적이었다. 이러한 20년간의 경제적 「붐」은 두개의 기둥에 의해 뒷받침되었다. 하나는 선진공업국의 자동차·내구소비재·교외생활 등의 보급이고 다른 하나는 공적·사적 「서비스」지출의 증가다. 「서비스」중에도 교육·보건·여행에의 지출증가가 두드러졌다.
20년간의 경제적 「붐」이 가능한데는 식량「에너지」등 원자재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는데 큰 이유가 있다.
그러나 60년대에 들어 벌써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계곡물수요의 증가율이 공급증가율을 훨씬 앞지르고 원유에 있어서도 같은 사태가 일어났다. 따라서 곡물과 원유 등 「에너지」 값이 안 오를 수 없었다.
곡물과 「에너지」값의 상승은 지난 20년간의 장기호황을 지탱했던 두개의 기둥을 붕괴 시키기 시작했다.
「에너지」가격의 상승은 「서비스」부문에의 지출 감소를 초래, 그 결과 주택·자동차· 내구소비재의 수요를 급격히 줄였으며 이에 따라 투자수준도 크게 저하됐다. 또 기업가와 소비자를 위축시켜 더욱 심한 불황가속을 가져왔다.
석유「쇼크」로 인한 물가폭동으로 개인의 실질 소득이 줄어 지난 20년간의 호황을 크게 뒷받침했던 교육·복지·여행에의 지출을 크게 줄였다.
공공지출의 증가에 대한 정치적인 저항도 동시에 강화됐다.
세계 경제는 현재 매우 불안하고 완만한 회복 과정에 있다. 미국은 금년까지 만 4년간 높은 실업과 물가에 시달리게 되었다. 금년 실업률은 7%이상, 물가상승률은 5%에 달할 전망인데 60년대 미국의 실업률은 연 4.8%, 물가상승률은 2.5%에 불과했다.
72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기초생산물의 가격상승은 지난 2백년간에 다섯 번째다. 이제까지의 4번의 가격상승기는 이번과 비슷한 「패턴」을 보였는데 이상고금리, 공업노동자의 실질 임금감소, 「에너지」·식량생산자에의 소득이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4번의 가격상승은 1790년대, 1850년대 초기, 1890년대 후기, 1930년 말기에 각각 발생했다.
어느 경우에도 식량과 원자재 가격이 약 25년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머무르다가 그후 25년간엔 상대적 가격하락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경제는 50년을 주기로 장기적 순환의 「패턴」을 되풀이 해온 것이다. 이것이 「콘트라치프」 장기파동의 기본적 성격이다.
현 싯점은 5차 「콘트라치프」파동의 상승 국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이러한 순환이 장래에도 계속될 것으로 고집하지는 않지만 개발 도상국의 과잉인구압력과 식량 소비증가, 부유한 나라의 단백질 소비증대 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식량「에너지」등 기초생산물의 가격은 앞으로 장기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 같다.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무공해 「에너지」자원을 찾아내야 「콘트라치프」가격파동의 하강국면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과거 4번의 「콘트라치프」가격파동의 상승국면엔 여러 대응조처가 취해졌는데 어느 경우에도 가장 공통된 것은 기본적으로 가격기구, 즉 시장의 자동조정작용에 의해 사태 해결이 되었다는 점이다.
1914년 이전에는 농경지와 원재료의 공급지역 확대에 의해 돌파구가 마련되었다.
4차 파동의 상승국면(1930년 말기∼50년)엔 약간 사정이 달라 새로운 농업기술의 개발보급이 가격하락의 계기가 됐다. 「에너지」부문엔 중동원유의 개발이 큰 기여를 했다.
과거 4번의 상승국면에선 정부의 의도적인 개입 없이 민간시장의 자동조정작용에 의해 기초적 생산물의 수급균형이 이룩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세계가 겪고 있는 5차 상승국면에선 시장기구의 자동조정작용으로 사태가 호전될 것 같지 않다.
각국의 자원정책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정부의 강한 입김아래 있으므로 공공정책의 개입이 불가피한 형편인 것이다. <계속>

<「로스토」교수 약력>=1916년 미국에서 출생. 「예일」대학졸업, MIT 대학 교수를 거쳐 국무성정책기획의장·「케네디」·「존슨」대통령의 특별보좌관. 퇴관 후 「텍사스」대학교수로 현재에 이름. 저서 『경제성장의 제단계』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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