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수매 값이 후해야할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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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산 보리 수매 값이 금명간 결정될 모양이다.
그동안 다각적으로 검토되어 오던 보리 수매 값이 이젠 농수산부의 17%인상안과 물가당국의 13%인상안의 두 가지 안으로 좁혀졌고, 그것도 늦어도 오는 20일께 까지는 조정이 끝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예년의 예로 보아 이 두 안은 조정 과정에서 다시 중간 선으로 절충될 것으로 보이며, 그렇다면 금년 보리 수매 값은 76.5㎏들이 가마 당 1만4천5백원(13%인상안)과 1만5천원(17%인상안) 사이에서 결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보리 수매 값 결정은 바로 당국의 금년도 곡가정책 향방을 결정하는 것과 같은 것이어서 그동안 많은 관심을 모아왔다.
보리 수매 값은 재정 및 물가와 통화량에 큰 영향을 준다.
올 들어 물가가 심상찮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해외부문에서 늘어나고 있는 통화량이 물가의 전망을 더욱 흐려놓고 있다.
여기에 보리 수매 값을 크게 올려놓으면 통화량은 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며, 또 물가에도 큰 위협을 줄 공산이 큰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보리 수매 값, 나아가 곡가정책에 매우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보리 수매 값을 곧 뒤따를 추곡수매가 내지 물가와 깊이 연관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올 보리생산은 지난겨울의 유례 드문 가뭄, 거기에 겹친 강추위 때문에 작황이 매우 좋지 않았다.
대부분의 농가가 피해를 보았고, 따라서 정부는 금년 파종용 종자를 무상으로 주는 등 피해보상 대책까지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 산 보리의 수매 값을 다소 후하게 매겨 보리를 사주는 것은 바로 종자보조나 영농자금 상환기간을 연장해주는 것 못지 않게 큰 도움을 주는 것이 된다.
영농자금 상환기간 연장이나 종자 보조 등은 피해보상효과가 늦게 나타나는 것임에 비해 수매 값을 후하게 해주는 것은 바로 피해보상을 현실적으로 해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보리 수매 값 결정에 정부가 인색해서는 안 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정부보유양곡 확보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보리 수확기를 맞아 정부보유 보리쌀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보리작황이 좋지 않은데다 수매 값이 너무 낮아 농가에서 보리출하를 꺼린다면 가격조절용 보리는커녕 소비지 식량공급용 확보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비록 쌀이 크게 남아돌고 있다곤 하지만, 비축과 일반국민의 양곡 소비절약 정신앙양을 위해 정부는 단일 보리쌀과 혼합곡을 계속, 연중 방출하고 있다.
혼합곡용 보리쌀 및 단일보리쌀 수요는 연간 4백만∼5백만 섬에 이르고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정부는 이 정도의 보리쌀은 반드시 확보해야하는 것이다. 보리 수매 값이 너무 낮아 식량공급용 보리쌀 확보에 차질이 생기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아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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