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서독의 힘...『게르만』적 규율과 질서|대접받는 기술자...마이스터. <글 박중희·사진 이창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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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마이스터」란 뭐든 한가지 일을 터득한 사람을 가리키는 독일 말이다. 기술을 취득했으면 그 나름의 관록도 붙는지라 그 말엔 「존경할 어른」이란 뜻도 담긴다. 은어식으로 하면「왕초」래도 좋다. 서독은「왕초」들의 나라다. 술 만드는 주조장이건 손님 접대하는 접객소건 생산 「서비스」업체 치고 이런 「마이스터」들이 몇씩이 나마 없는 곳이란 없다. 그리고 그들은 제각기의 장소에서 기둥노릇을 한다.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닦게 하는 일종의 직업교육인 이 「마이스터」제는 중세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독일사람들의 귀중한 민족적 유산이다. 시초는 업을 찾아 나선 젊은이들이 그 길에 이미 도통한 「어른」들을 찾아 사사하게 된데 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건 전국적인 제도로 자리를 잡았다.
물론 누구나 간단히 「마이스터」가 되진 않는다. 의무교육을 마치고 실업에 나섰다고 하자. 우선 「레롤링」(Lehrling)이라는 견습공수업을 적어도 3년 반을 해야한다. 그리고「게젤레」(Geselle)라는 숙련공시대. 그게 보통 5년은 간다. 그 다음에야 「마이스터」가 될 수 있다. 그것도 시험에 합격해야 하고 두 번 연속해 떨어지면 다시 응모할 자격조차 잃는다. 그래서 상공회의소나 수공업협회가 주관하는 이론과 실천의 시험은 일생일대 중요한 관문들이다.
일단 그걸 통과하면 「어른」으로 「일어선거다.」그만한 대접도 받는다. 봉급도 관문전후로 곱절이 달라진다. 정년 될 나이쯤이면 대학졸업자에도 그리 뒤질게 없다. 그래서 누구나 무턱대고 대학에만 가려고 무리를 하지 않는다. 지금 견습공만도 전국에 80만명, 고교연령 소년들의 65%다. 전문직업교육은 독일에선 일찍부터 넒은 규모에 걸쳐 이루어지는 셈이다. 그리고 그들이 지나는 관문 하나하나는 그들에게 기술과 경제적 안정과 정신적 긍지를 준다. 그래서 그런 질서를 지키려하기도 한다. 서독의 전후부흥의 비결의 하나로 기술업적의 모체를 이룬「마이스터」제를 드는 사람을 자주 본다. 전혀 어림없는 얘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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