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용계획 싸고 진통...관계부처간 이견|5월말 현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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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는 외환보유고가 5월말 현재 34억5천만 「달러」를 넘었고 또 금년경상수지가 예상외로 2억 「달러」선의 흑자를 낼 전망임에 따라 보유외환의 활용을 비롯한 무역·외환전반에 걸친 정책전환을 모색하고 있으나 이의 실행 「스케줄」에 있어선 아직 뚜렷한 방침을 못 세우고 있다. 정부는 외환이 계속 쌓이고 이로 인해 통화가 크게 늘자 우선 외화대부의 확대 등 응급대책에 주력하고 있으나 경상수지의 흑자전환에 대응한 정책전환에 있어선 장기적인 방향에서 수입자유화를 추진해가야 한다는 총론만 결정되었을 뿐 이를 어떻게 실행해 가느냐하는 각론 문제엔 관계당국간에 의견이 엇갈리고있다.
기획원 측은 수입자유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 물가안정과 국제경쟁력 강화를 꾀해야하며 이를 위해선 관세율의 인하와 무역제한의 실질적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기획원은 국내가격이 국제가격보다 월등히 비싼 품목은 대담히 수입을 해서 국내물가의 안정을 기하고 국내산업에 대해서도 원가절감을 위한 자극을 주어야하고 이를 위해 의약품·식료품·기계류 등의 보다 폭넓은 2단계 수입개방을 하반기 중에 단행한다는 의견이다. 또 국고수지의 흑자기조에 따라 금년도 정책목표 및 수단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있다.
그러나 재무부는 최근의 경상수지호조가 국내산업의 국제경쟁력 우위에 의한 구조적인 것이 아니라 작년도의 교역조건의 호전에 의한 일시적인 것이므로 관세율인하 등 수입자유화폭의 확대는 약1년간의 시일을 두고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무부는 수입자유화가 장기적인 정책방향이기는 하나 국제수지의 흑자기조가 정착되는 것을 보아 서서히 풀어나가야 하며 국내산업의 국제경쟁력에 비추어 국제수지는 결코 낙관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밝히고 앞으로 자주국방 가속, 설비투자의 증가 등으로 국제수지가 다소 나빠질 소지는 많다고 보고있다.
따라서 당장 외환이 쌓인다고 해서 수입개방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우선은 외화대부확대 등으로 외환부문의 통화증발을 막으면서 재정부문에서 흑자를 내어 통화증발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있다. 특히 양곡적자 등을 그대로 남겨 둔 채 2천억이 넘는 추경을 짜는 것은 잘못이며 부가가치세실시 등 물가불안요인이 많으므로 재정 금융면의 강력한 긴축을 실시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상공부는 국내 산업보호를 위해서 무역계획의 대폭적인 완화엔 반대하고있다. 한편 재무부는 보유외환을 세은채권 구입 등 장기투자에 활용하는 방안 등 외화자금종합운용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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