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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향상 방법론"싸고 교육계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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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학력저하와 학습결손의 문제』를 주제로 한「세미나」가 연대부설 교육연구소에서 지난13일 열렸다. 오기형 교수(교육학·연대)는 이 자리에서 행동과학연구소의 「완전학습이론」, 교육개발원의 「새 수업체제」등 학력향상을 위한 학습「모델」을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해 관심을 모았다. 이 같은 분석은 그 동안 과학적 이론으로 교육계에 알려진 두 이론의 결함을 지적한 것으로 교육학계의 새로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완전학습이론』은 지난69년부터, 『새 수업체제』는 73년부터 각각 연구되기 시작한 후 최근에는 전국에 지정된 실험학교(초·중학교)를 통해 그 교육효과가 측정되고 있다. 이들 두 이론은 모두 학급학생의 95%가 80점(1백 점 만점)이상의 실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이날 발표에서 오기형 교수는 먼저 「완전학습이론」에 의해 교육되는 학교의 학력평가결과 평균60점 내외로 성적이 낮았으며 학생들의 「완전학습」도달율(정답의 80%이상)도 15∼2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교육개발원이 제시한 「새 수업체제」의 경우도 76년도 국민학교 실험학급의 전체과목 학업성취도를 조사한 결과, 도덕과목(평균80점)을 제외하면 평균50점에서 68점 사이로 재래식 교육방법보다 개선된 점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같이 두 이론이 본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오 교수는 이론에만 치중, 한국적 교육여건을 참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완전학습이론」의 경우, 대부분의 수업이 수업내용에 대한 ①성취목표선정 ②학습결함발견 ③학습결함처치 ④성취목표제시⑤수업 ⑥수업보조활동 ⑦평가 ⑧보충과정 ⑨심화과정 ⑩제2차 학습기회 ⑪종합평가 등의 과정을 밟게 돼있다. 그러나 학급의 평균학생수가 대부분 60명이 넘는 우리 나라 실정에서 개인지도 하듯「완전학습」을 실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성적이 오르지 못했다고 그 원인을 분석했다.
이와 함께 「새 수업체제」의 경우도 ①계획 ②진단 ③지도 ④발전 ⑤평가단계로 각각 구분하고 단계마다 학습 내용별로 10분씩 혹은 30분씩 교과진도를 나눠 지도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학생의 능력에 따라 똑같은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시간을 정해 놓으면 능력이 부족한 학생은 따라가지 못해 결국 이해를 못하고 학업성취도가 낮아지는 원인이 됐다고 풀이했다.
한편 이 같은 오 교수의 비판에 대해 「세미나」를 방청했던 김종건씨(행동과학연구소학습개발부장)는 학생들의 학력이 저하된 것은 부분적·일시적 현상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저조한 것만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분만 자료로 이용한 흠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행동과학연구소의 다른 조사결과에 의하면 완전학습이론을 도입한 학교가 그렇지 않은 학교보다 우수했다는 분석결과가 제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이질적인 학생에게 획일적인 학습진도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에 대해 일반적으로 교사가 학습 안을 계획할 때 40분 수업(국민학교 경우)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편의상 내용을 5분·10분씩 나누는 것이 상례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어느 교사도 한가지 내용을 가르칠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지 않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밖에 김씨는 오 교수가 개발하고 있는 「교육발전연구」(EDP)와는 비교하지 않고 「완전학습이론」과 「새 수업체제」를 일방적으로 비판하기만 한 것은 학술적인 면에서 바람직 하지 못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논쟁에 중립적인 입장을 밝히는 몇몇 교육학자들은 자체조사만으로 자신이 개발한 이론의 성과만 좋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각 이론의 성과에 대해서는 공개적이고 객관적인 평가의 실시가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임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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