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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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노래한 시인이 있었다. 현란한 꽃들은 이제 서서히 미소를 감추고, 모든 수목들은 신록의 옷을 갈아입는다.
똑같은 계절의 회전이지만,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연년이 새롭다. 침묵과 회색의 계절이면 꽃이 피는 새봄을 생각한다. 어느 날 그 꽃이 지고 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새싹·새잎들이 터져 나온다. 분수처럼, 합창처럼 생명이 약동한다. 잎새마다 맑은 광채로 눈이 부시다. 그 여릿한 빛깔들, 그 티없는 순수. 5월이 계절의 여왕인 것은 바로 이런 자연의 경이로움 때문이리라.
서양의 시인들은 누구나 5월의 시를 읊조리면서 꽃을 노래하고 있다. 「유럽」의 기후는 중부의 경우도 우리보다는 좀 늦은 것 같다. 한낮의 대부분이 아직도 10도(C)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한국 5월은 꽃의 구름다리를 지나 신록을 구가한다. 달콤한 꽃의 향기를 벗어나 미더운 녹색으로 산과 들이 채색된다.
거리마다 소풍가는 어린이들의 발걸음은 가볍기 만하다. 풍성한 자연이 없는 것이 못내 안타깝다. 도시의 어린이들은 그 옹색한 자연과 메마른 풍경으로 겨우 5월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요즘은 서울의「아스팔트」길 한 모퉁이에도 자연들이 가꾸어지고 있다. 언젠가는 네거리의 분수와 녹지대들을 미련 없이 「불도저」로 밀어냈었다. 불과 10년도 못돼 그 자리엔 다시 수목을 세우고 잔디를 편다. 자연이 없는 도시의 건설은 차라리 하나의 괴물 같기도 하다.
「런던」시는 벌써 20년 전부터 도시의 녹지대를 입체화하기 시작했었다. 그 좁은 평면에 자연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흙을 돋우어 면적을 넓힌 것이다.
계절이 와도, 또 그 계절이 지나가도 소리나 흔적조차 없는 도시의 침묵. 이것은 오히려 모든 사람들의 정신까지도 쇠붙이처럼 차갑고 비정하게 만드는 것 같다. 소음과 숨막히는 대기와 공연한 초조와 눈 깜짝 할 사이에 앞을 막는 자동차의 대열들.
우리의 환경건설은 무엇보다 앞서 자연을 다시 초대하는 설계에서부터 시작되어야할 것 같다. 길은 넓어도 가로수는 해마다 주눅이 들어 있으며,「빌딩」은 임립해도 오히려 그 회색은 우리의 시선을 삭막하게 해준다.
계절의 여왕, 5월을 맞으면서도 신록은 먼 산하에서나 배회하고 있다. 그 멀고 먼 자연을 우리의 일상에 맞아들이는 청사진은 없을까. 5월이 무색한 우리의 환경, 우리의 나날이 새삼 모래알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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