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의 인권 및 통상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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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그 동안「카터」미국대통령의 파격적인 대외「인권발언」은 전세계적으로 적잖은 물의를 불러일으킨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인권이니 도덕이니 하는 것들이 각국의 사정에 따라 각기 다른 의미내용을 함축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상대성을 초월하여 미국이 생각하는 가치기준만을 일률적으로 타국에 적용하려할 경우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갈등이었다.
그러나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의「카터」대통령의 몇 가지 발언은「카터」외교의 신중하고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것이었다.
「카터」대통령은 TV·섬유제품·신발류 등의 대미수입규제문제와 관련해 행정부로서는 자유무역 정책을 끝까지 고수할 것이며, 얼마전에 있었던 하원의 융통성 없는 인권관계 결의엔 반대한다는 뜻을 명백히 했다.
문제의 하원결의는 세계은행이나「아시아」개발은행에 참석하는 미국대표로 하여금 이른바「인권침해국」에 대한 차관제공에 반대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도 이러한 결의는 세계의 인권증진에 기여할 대국의 원숙한 외교방식이라기 보다는 자칫 그 반대의 역효과를 초래할 근시안적인 거조라 할 수밖엔 없는 것이다.
도대체 앞으로 있을 미지의 국제교섭에 정작 임해보기도 전에 미리부터 앞질러 행정부의 탄력적인 외교재량을 대폭 축소해 놓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지금 그러지 않아도 그 동안의 파격적인「카터」식 외교형태는 국무성 실무진과 재계는 물론 세계 도처에서 날카로운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남미 등 몇 나라는 이미 미국의 군원과 대미협조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그래서 심지어는 국무성 고위당국자와 재계 측에서도 최근에 와서는『인권과 외원 결부는 미국에 이롭지 못하다』는 것을 시인하고 나서지 않았던가.
때문에 그처럼 기계적이고 융통성 없는 하원결의 같은 것은 의당 상원에서 부결되거나 「비토」될 것으로 보이지만, 차제에 우리는 미국 자체의 도덕적 정당성과 자유세계의 공동번영을 위해서라도 미국이 행여 파국적인 보호무역주의로 역행하는 일이 있어선 안되겠다는 점을 아울러 강조해 두고자 한다.
수입규제나 고율 관세로 값싸고 품질 좋은 개도국의 상품을 자국의 소비자로부터 차단시킨다는 것은 미국의 실업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하는 길이 아니라 오히려「인플레」만을 조장할 미봉책에 불과한 것이다.
그보다는 관련 미국산업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과 방향전환을 통해 미국의 근로자도 살고, 개도국의 수출정책도 살리는 자유무역주의의 정도를 걷는 편이 훨씬 더 건설적인 해결방식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미국의 섬유노조가 주장하듯 수입규제만을 일반화시킨다면 그것은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의 시장경제 체제를 뒤흔드는 파국적인 사태만을 초래할 뿐이다.
미국은 어차피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복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초대국이다. 미국의 일거수 일투족은 불가피하게 전세계적인 충격파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그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존재양식에 관련된 추상적인 개념논쟁이든, 또는 무역정책과 관련된 현실적인 경제문제이든, 매사에 심사숙고하여 행여 졸속하고 부정적인 정책으로 흐르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신중을 기해주어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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