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문제 묻어가기 … 아베 속보인 독일 행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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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총리 공관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베를린 로이터=뉴스1]

지난달 29~30일(현지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독일 방문은 양국의 유사점을 강조함으로써 역사관에 대한 비판을 모면하려는 일종의 묻어가기 시도였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마이니치(<6BCE>日)신문은 1일 “아베 총리가 유럽 순방의 첫 방문지로 독일을 고른 것은 전후 보상 문제를 진행시키고 있는 양국의 제휴를 강조해 자신의 역사 인식에 대한 중국 등의 비판이 오해임을 국제사회에 어필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지난 3월 독일을 방문해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을 통렬하게 비판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맞불 성격도 있다고 한다.

 실제 아베 총리는 지난달 30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독일과 일본이 같은 방향”이란 점을 강조했다. 특히 그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의 명분으로 앞세우는 ‘적극적 평화주의’와 관련, “독일은 적극적으로 세계의 안전 보장에 협력해 나간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는데, 일본의 적극적 평화주의와 방향성이 같다”고 주장했다. 과거사 반성을 토대로 유럽에서의 안보 영향력을 키워온 독일의 사례에 자신의 정책을 끼워 맞춘 것이다.

 그는 메르켈 총리와 ‘유엔 안보리 개혁에의 협력’도 논의했다. 독일과 보조를 맞춰가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진출하겠다는 의욕을 드러낸 것이다. 아베 총리는 축구팬으로 알려진 메르켈 총리에게 일본 여자 축구대표팀 유니폼에 ‘메르켈(MERKEL)’ 이름을 새겨 선물했다. 중국과 독일의 긴밀한 경제 협력을 의식한 아베 총리가 메르켈 총리의 환심을 사려 준비한 이벤트라고 일본 언론은 분석했다. 하지만 3월 시 주석 방문 때와는 달리 아베 총리의 방문을 크게 보도한 독일 언론은 없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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