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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가산 vs 광명 … 안양천 아울렛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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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과 경기 서남부 상권을 둘러싸고 백화점 업계 간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현대아울렛 가산점을 열었다. 올해 말에는 가산 패션타운에서 직선 거리로 8㎞ 떨어진 KTX광명역 부근에 롯데아울렛 광명점과 이케아 광명점이 들어선다. 여기에 지난달 25일 신세계사이먼이 경기도 시흥시에 교외형 프리미엄 아울렛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서남부 상권 전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현대 “시설·브랜드 보면 사실상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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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와 20년간 아울렛 위탁운영 계약을 체결하고 2일 문을 연 현대아울렛은 영업면적 3만9000㎡에 지하1층~지상9층 규모로 230개 브랜드를 들여왔다. 2013년 문을 열었던 가산 하이힐 매장이 경영난에 시달리자 ㈜한라가 KTB자산운용에 매장을 매각했고, 현대백화점이 나서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현대백화점은 현대아울렛 가산점 영업이익의 약 10%를 위탁운영 수수료로 받게된다.

 현대는 기존 아울렛들과 달리 백화점 운영 노하우를 접목해 ‘백화점과 같은 아울렛 쇼핑환경’을 제공한다는 전략을 내놨다. 지하 1~5층에 1000여 대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아울렛 매장에서 현대백화점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 선호도가 높은 타임·마인·SJ SJ 등 한섬 편집숍과 빈폴 종합관, 제일모직 종합관 등을 1층에 입점시킨 것도 히든 카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아울렛 매장이지만 쾌적한 문화시설을 조성했고 미샤·오브제 등 인기 브랜드들로 매장을 구성해 사실상 현대백화점이 출점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현대아울렛이 들어선 금천구 가산동은 마리오아울렛과 W몰 등 중소 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2001년부터 형성된 패션 타운이다. 현재 마리오아울렛은 1, 2, 3관 3개 매장 13만2000㎡에서 600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75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누적 방문객이 1억 명을 돌파하는 등 패션타운의 터줏대감이다. 중국인을 비롯한 일대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아 이들을 위한 택스리펀 서비스도 제공한다. 맞은편 W몰은 2007년에 생겼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해 지난해 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들 아울렛을 기반으로 패션타운은 10여 년 만에 주중에는 20만 명, 주말에는 30만 명, 연매출 8000억원에 달하는 상권으로 성장했다.

 현대아울렛은 연매출 2000억원을 목표로 영업을 시작했다. 현대아울렛 입장에서는 안정된 상권에 진출해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 좋고, 기존 패션타운 역시 백화점 경영 노하우를 접목한 현대아울렛이 들어서면서 일대 상권이 더 확대되는 ‘윈-윈’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W몰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통해 패션단지에 더 많은 소비자가 관심을 갖게 될 것으로 본다”며 “금천·구로·광명·관악·영등포 등 인근 고객뿐만 아니라 지방이나 원거리 고객들도 찾으면서 신규 고객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가산 패션타운의 최대 라이벌들이 인근에서 부지런히 매장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금천구 가산동에서 직선거리로 8㎞, 차로 15분을 달리면 나오는 KTX광명역이 그곳이다. 현재 코스트코 광명점만 영업하고 있으나 올해 말 바로 옆에 2만8000㎡ 크기의 롯데아울렛 광명점과 7만8200㎡ 규모의 이케아 매장이 들어선다. 2015년부터는 ‘가산 패션타운 vs KTX 광명역’ 간 상권 다툼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가산동 패션타운의 아울렛 업체들은 금천구와 구로구, 관악구, 경기도 광명시 주민들을 1차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이들의 매출이 전체의 4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인근에 롯데아울렛이 들어서면 광명시와 금천구 지역 상권이 중복돼 고객 유출이 불가피하다.

롯데·이케아, 기존 코스트코와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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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객 능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이케아’ 매장도 무시 못할 복병이다. 이케아 광명점은 롯데아울렛과 바로 붙어 있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특히 이케아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9000 종이 넘는다. 가구는 물론이고 인테리어 소품, 아이들 인형이나 각종 생활용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롯데아울렛과 코스트코, 이케아 매장이 한데 모이면서 교외형 복합쇼핑몰과 같은 종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케아를 방문하기 위해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고객들이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케아는 전국 고객을 상대로 하는 광역 콘텐트이고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인근 상권뿐 아니라 지방이나 외지에서 찾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산 패션타운은 롯데아울렛과 이케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마리오아울렛 관계자는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5년 동안 해온 고객관리 노하우가 있어 인근 상권에 경쟁상대들이 생기거나 타 기업에서 새로운 매장을 열 때도 매출이 감소하거나 고객이 이탈하지는 않았지만 광명에 새로 들어서는 매장들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마리오아울렛이나 W몰 등 인근 업체들과는 함께 상권을 키우는 관계고 롯데아울렛이나 이케아 광명점을 경쟁 상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W몰 관계자도 “상권 분리 우려가 있다. 다만 서울시민들이 광명역 매장으로 가려면 상습 정체구역인 서부간선도로와 수출의 다리를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아울렛 쇼핑은 가산이 여전히 더 나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25일 신세계사이먼이 경기도 시흥시에 서남부권 주민들을 대상으로 프리미엄 아울렛을 유치하겠다고 밝히면서 서남부 상권 전쟁이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사이먼은 배곧신도시 복합용지사업자 선정평가 결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시흥시 배곧신도시 내 복합용지(약 14만㎡)에 파주와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과 유사한 서남부권 아울렛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시흥시 배곧신도시는 가산 패션타운과 22㎞, KTX 광명역과 20㎞ 거리에 있다. 각각 차로 40분, 25분 걸리는 거리다. 신세계사이먼 측은 “배곧신도시는 경기 서남부권의 중심으로 서울외곽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경인고속도로, 시흥~평택 고속도로 등 5개의 고속도로가 만나는 교통 요충지이고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 선택했다”고 말했다.

백화점, 아울렛으로 매출 부진 탈출 노려

 아울렛 사업은 성숙기를 거쳐 정체기에 접어든 백화점들이 택한 돌파구다. 2008년 광주월드컵점에 아울렛 1호점을 선보인 롯데백화점은 5년 만에 10개까지 개수를 확장했다. 지지부진한 백화점 매출과 달리 아울렛 매출은 빠른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울렛 사업 첫해 330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조500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2조3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파주·이천·김해 등 교외의 프리미엄 아울렛과 서울역, 청주, 경기 고양·구리·광명 등에 도심형 아울렛을 동시 출점하면서 아울렛 사업 비중을 높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현대아울렛 가산점을 필두로 김포 프리미엄 아울렛,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 등을 순차적으로 연다는 계획이다. 뒤늦게 아울렛에 뛰어들었지만 업계에서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2월 한강 아라뱃길 김포터미널 부지 5만2375㎡에 여는 김포점은 김포공항 롯데몰과 경쟁구도를 형성한다. 신세계그룹 역시 2016년부터 하남·대구·인천·대전·안성·고양 등 10여 곳에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세우는 등 아울렛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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