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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보」사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어제 「스페인」의 「산타크루스」 공항에서 「점보」기가 충돌하여 승객 5백70명이 한꺼번에 죽고 27명이 부상하였다. 항공사상 최대의 참사다.
지금까지는 지난 74년3월4일에 「파리」 교외에서의 여객기 공중폭발사고로 3백46명이 몰사했던게 제일 큰 사고였다.
항공기가 대형화하는데 따라 사고도 「점보」화 해지기 마련이다. 아직도 항공기의 사고발생율은 자동차나 기선에 비해 훨씬 적다. 그러나 한번 일어났다 하면 1백명 이상의 인명을 앗아간다.
가령 70년 이후부터 1백50명 이상의 승객 희생자를 낸 항공사고는 10건 가까이나 된다.
항공기사고가 나면 그 책임은 으례 항공당국, 민간항공회사, 관제탑, 「파일러트」의 넷 중의 하나가 진다.
미국의 경우는 전국의 1만여 공항에서 이착륙하는 비행기가 하루 13만3천대가 넘는다. 이 모든 항공기를 점검하기 위한 검사관은 미연방 항공국(FAA) 안에 3백명 밖에 안된다.
그러니까 공중을 나는 항공기가 모두 정비검사를 잘 마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항공회사는 또 「경제」를 위하여 정비가 소홀해진다. 회사는 정비사가 일을 빨리 마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니 일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만약에 조종사가 기체에 이상을 느낀다해도 좀처럼 해서는 말썽을 부리려고 하지 않는다. 회사측의 눈총을 받으면 그만큼 승급에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관제탑도 문제다. 안전기준으로는 동시에 12대를 다루는게 한도로 되어있다. 그러나 「뉴요크」와 같은 붐비는 공항에서는 8시간동안 쉬지 않고 동시에 15대 내지 20대씩 다루는게 보통이다.
눈 깜박할 사이에 사고가 날만도 하다. 그러나 「산타크루스」당국은 관제탑에는 잘못이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활주로에도 문제가 있을 수는 있다. 「점보」기를 위한 안전한 활주로는 적어도 6천5백「피트」는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지난 10년 동안에 활주로의 결함으로 1백40건이나 사고가 있었다.
「산타크루스」 공항의 참사는 일단은 안개 때문인 것으로 발표되었다.
그렇다면 「파일러트」에게도 책임은 있다는 얘기가 된다. 대부분의 공중사고는 공항근처에서 일어난다. 아직은 완전무결한 이착륙 조종장치가 발견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충돌은 곧 폭발을 유도하기 때문에 공중사고는 끔찍해지는 것이다.
결국 모르고 타는게 약이란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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