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TV 등 수입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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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은 지난 연초 비고무화류에 대한 관세할당제를 실시한데 이어 이번엔 또다시 외국산 TV 수상기에 대한 수입을 제한하기 위해 관세를 대폭 인상할 방침으로 있다.
미국 내의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결정한 이 같은 규제조치는 60일 이내에 「카터」 대통령의 승인을 거쳐야 그 효력이 발생되는 것이나 ITC가 수입규제의 필요성을 전원일치로 찬성했다는 사실과 아울러서 만일 대통령이 거부할 경우에도 의회가 다시 이를 번복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는 수입규제가 실시될 것만은 틀림없다.
TV수상기의 경우 ITC는 수입관행를 현행 5%에서 첫 2년간은 25%, 다음 2년은 20%, 그리고 5차연도엔 15%로 각각 인상 실시 하도록 건의한 바 있음은 이미 보도된 바와 같다.
미국정부가 자국산업 보호와 실업 방지를 이유로 이미 수입을 제한하고 있거나 수입규제를 위해 조사중인 품목은 그밖에도 상당수에 달하지만, 우리가 특히 TV 수입규제에 우려를 표시하는 것은 자유무역의 보루가 되어야할 미국이 보호무역주의의 장벽을 자꾸 높여가고 있다는 역리뿐 아니라 초기단계에 있는 우리 나라 전자산업에 미칠 타격이 심대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전자업체의 주종제품의 하나인 TV「세트」는 흑백의 경우 수출상품 중 50%, 「칼라」는 전량이 미국에 수출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의 수입규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연산 42만대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는 「칼라」TV는 아직 국내보급이 허용돼 있지 않기 때문에 활로는 오직 수출뿐이다.
다행히도 흑백 TV는 미국 수입품의 약70%가 미국전자업체들의 현지법인이 생산한 대만제품이고 그 까닭으로 수입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공산이다.
미국정부의 잇단 수입규제 조치는 대부분 일본상품을 겨냥해서 취해졌는데 말할 것도 없이 이번 TV의 경우도 그런 「케이스」에 속하는 것이다.
TV의 경우 우리 나라는 작년에 흑백 1백22만8천대, 「칼라」 5만2천대 등 모두 1백28만대를 수출했고 이중 미국으로 나간 것은 흑백 55만1천대, 「칼라」 5만2천대(모두 3천5백64만「달러」)로서 미국의 TV 수입량에서 차지하는 「셰어」는 흑백에서 약8%, 「칼라」는 2%도 안되는 소량이다.
반면 일본은 「칼라」 TV만 연간 약3백만대를 수출, 미국 전체 수입량 중 무려 86%를 점하고 있고, 총 무역수지면에서는 작년에 53억「달러」의 대미출초를 기록했던 만큼 미국의 입장으로 볼 때 대일 수입규제는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장교란자인 일본상품을 규제한답시고 한국상품까지 무차별 제한하는 것은 더구나 한국이 개발도상국인 점을 고려할 때 결코 올바른 처사라고 할 수 없다.
관세를 5%에서 25%로 올리면 현지 소매가격은 관세 인상분만큼 비싸지는 것이 아니고 유통과정에서의 「마진」과 비용이 추가돼 실제론 70%이상 오르는 결과가 된다.
그럴 경우 품질이 떨어진 대신 값이 쌌기 때문에 판로가 있었던 한국산 TV는 「메리트」가 크게 줄어들 것이고 그만큼 타격을 받게 된다는 얘기가 된다.
일본제품은 품질이 우수한 편이어서 관세인상에 따른 상실요인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더구나 우리 나라의 「칼라」TV는 74년부터 겨우 수출되기 시작, 아직도 주요 부품과 원자재의 대부분을 수입해다가 조립 생산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마진」은 매우 적은 실정이다.
어쨌든 점차 규제가 심해지고 있는 수출경쟁에서 이기는 길은 품질향상·원가인하를 통한 경쟁력의 강화뿐이며, 이런 의미에서 「브라운」관을 비롯한 부품의 국산화를 촉진하는 일은 아주 시급한 과제라 하겠다.
또한 각종 전자제품에 대한 수입규제가 확대될 추세임을 대비해서 세심한 대책을 세워 무차별 회생되는 일이 없도록 통상외교를 적극 전개해야 할 것이다.
이 기회에 TV산업 내지, 넓게는 단자산업의 육성을 위해 「칼라」 TV의 내수 보급을 앞당겨 실시하는 방안도 고려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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