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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5백 만원 짜리 서민주택 48채 값인 2억4천 만원 대의「이탈리아」제 초호화 가구를 수입, 크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은 세인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또 15일에는 한 사람이 무려 2억원이라는 거금을 내어 서민용「아파트」의 신청에 1백가구 분을 신청한 놀랍고도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쯤 되면 도대체 어쩌자고 그러는 것인지, 그들의 조항이 가증스럽다가 보다는 이같은 작태를 가져오게 한 우리 사회의 기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문제의 가구는「르네상스」전성기의「레오나르도·다빈치」와「미켈란젤로」가 도안해서 만든「루이 왕조시대의 왕실 가구를 본뜬 것이라 하는데 우리의 현실로 봐서 그런 가구를 사들여 사치를 하겠다는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이같은 허영과 낭비는 개인적으로는 패가망신의 화를 자초하는 것이오, 사회적으로는 깊은 위화감을 조성, 국민적 단결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오는 파렴치한 행동이다.
그리고 2억원의 돈으로 1백 가구씩이나 서민용「아파트」를 사들여 큰돈을 벌겠다는 그 부동산 업자의 행위는 그나마 내 집 갖기를 일생의 소원으로 삼고 있는 실수요자에게 직접적인 손해를 입히고, 주택 행정의 근본을 의심케 하는 반작용을 일으키고야 말 것이다.
2월의 잠실고층「아파트」분양을 계기로 다시 일기 시작한「아파트·붐」을 이용, 부동산 업자들이 갖은 간교한 수법으로 투기「붐」을 조작하는 등 농간을 부리고 있다는 것은 그러한 공공 주택에 대한 자금 지원을 국민의 혈세로써 하고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하나의 범죄 행위로서 규탄돼야 하고 응분의 제재를 받아 마땅하다.
지금 우리나라의 주택사정은 어렵기 그지없으며, 국민의 25%가 내 집을 갖지 못하고 전세나 셋방을 살고 있는 설정이다. 설사 집을 가졌다 하더라도 호당 평균 규모는 13평 내외로, 미국의 40평은 물론 일본의 19평에도 훨씬 못 미치는 형편이다.
무주택자가 특별한 지원이나 혜택 없이 자력으로 작으나마 내 집을 마련하려면 일반적으로 5년간 가계 수입의 전액을 불입해야 할만큼 제집 마련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듯 딱한 집 없는 서민들에게 싼값의 집을 대량 보급해야 하는 절박한 필요성 때문에 주공은 올해 8평 내지 12평 규모의 연립주택과 10평에서 15평짜리 소형「아파트」2만8천호를 건설, 분양·임대하기로 한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데도 부동산 업자들이 무주택자에게도 돌아가기 힘든 기회를 불법으로 가로채려는 행위가 어찌 용납될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이번 여의도 M「아파트」의 분양에서 평균45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을 뿐 아니라 3일 동안에 자그마치 현금 2백억원이 3개 은행에 예치됐다는 사실은 그것을 다만 과열투기 현상으로만 봐 넘기기 어렵다 하겠다.
복덕방 업자와「브로커」와 투기 부인들이 은행 창구서 난투극을 벌이면서 1인당 5내지 10가구씩 접수하여 실수요자를 뒷전으로 몰아내다시피 했고, 이렇게 해서 당첨되면 높은「프리미엄」을 붙여 즉석에서 넘기는 작태를 그냥 두고서는 언제까지나 집 없는 사람들만 골탕을 먹게 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따위 부당한 부동산 투기의 성향은 결과적으로 오랜 근검 절약 끝에 겨우 제집 한간 마련하려는 무주택 서민들의 한가닥 희망과 꿈을 무참히 빼앗고 사회적 불안마저 조성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업자들의 양식과 자제를 바라는 한편 당국의 적극적인 단속 대책이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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