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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석」의 해외발언|"가장 소신있는 정치인…유석 이후 처음" 여당권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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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주목을 끌고있는 이철승 신민당대표의 외유는 동경·「호놀룰루」·「뉴요크」를 거쳐「워싱턴」에 들어섬으로써 활동이 본격 단계에 접어든 느낌이다.
이 대표는 미 본토 상륙 후에도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중앙돌파」식 정치 발언을 거침없이 해냄으로써「소석성가」를 과시하고 있다.
「워싱턴」에서 1주일 머무를 소석이 접촉할 미행정부·의회 지도자는 10여명-.
11일「하비브」국무차관을 만난데 이어「오닐」하원의장,「험프리」상원의원, 「스마크스먼」상원외교 위원장, 「자브로키」하원의원, 「브레진스키」대통령 보좌관 등을 접촉할 예정.「몬테일」부통령이나「밴스」국무장관까지도 만나려고 서울을 떠날 때부터 외교「루트」를 통한 교섭을 벌여왔으나 아직은 실현이 안 되고 있는 상태.

<몬테일·밴스 면담 실현 안돼>
한마디로 그의 방일·방미 명분은「초당 외교구현」이고 그렇기 때문인지 교포·대학교수·정치인 등을 만나서 나눈 대화는 대한미군 10년 주둔, 인권 문제와 미군 철수론과의 분리, 자유의 한계 인정 등 이른바「중도 통합론」적 발언이 허다한 것이 특색.
지금까지 밝힌 소석의 발언을 옮겨보면-.
△인권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대한 자세=미국 정부의 인권문제 등을 구실로 한 한국정부에 대한 과도한 공개적 압력은 한국 국민으로부터 강력한 민족주의적 저항을 야기시킬지 모른다. 이륙 단계에 있는 한국 경제에조차 가혹한 무역제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경제 기반을 흔들고 있다. (「뉴요크」외교문제 협의회 연설)
△주한미군 철수와 인권문제 일부에서 인권 문제를 내세워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있는데 두 문제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한국 정부에 대한 외국의 비판이 한국의 정치 이단자들의 주장이나 인권에 도움을 준다기보다 해를 주고 있다. (「뉴요크 AP회견)
△일부 해외교포 반정부 활동=요즘 해외 동포들의 활동 가운데는 반정부·반국가·반민족의 한계를 명확히 구분키 어려운 사례가 있다. 이같은 행동은 결과적으로 북괴의 통일전선 전략을 돕는 것이 된다. 해외 동포들의 건설적인 충고는 좋으나 대한 군원 삭감, 주한 미군 철수 등에 관한 주장은 의도와는 달리 반정부 차원을 넘어서 반국가·반민족 행위가 되지 않겠는가. (로스앤젤레스 기자회견)
△자유=한국의 자유 문제는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레벨」의 문제다. 자유의 일부제약 조건인 국가보안법은 공산주의자들의 위협이 존속하는 한 야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폐기할 의사는 없다. 공산당을 합법화하고 있는 미일의 자유가 한국의 그것과 어떻게 같을 수 있는가. (일본「프레스·클럽」연설)
△안보=안보는 천장이다. 자유민주주의는 가재도구로서 이를 지키기 위해 여당 못지 않게 야당도 안보에 대처해야 하지 않겠는가. (일본「프레스·클럽」연설)
△인권=일단 안보 태세에 대한 동의가 이뤄지면 다른 정치 문제도 여유있게 해결돼 나갈 것이며 인권·비상조치 문체도 이러한 선에 따라 해결될 것으로 본다. (동경「플레스·클럽」연설) 한국 정부에 대한 해외의 공공연한 비판이 누그러지면 박정희 대통령이 정치적 이단자들에 대한 태도를 완화할 것으로 믿는다. (「뉴요크」기자회견)
△주한미군 철수=한강전에 말을 바꿔 타는 일없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확고한 진전이 있고 긴장완화를 위한 선행 조건들이 충족될 때까지 앞으로 10년은 더 주둔해야 한다. (동경 기자회견)
△김대중씨 사건=대통령후보 경합자였던 만큼 개인적으로 동정과 유감이다. 현재 법적으로 공개재판을 받고 있으나 정치적으로도 하루속히 해결돼 석방될 것을 바란다. (동경기자 회견)
△박동선 사건=일을 하다 보면 시행착오가 있게 마련 아닌가.
△3·1사건=국내 문제로 우리 자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도 오히려 미일 등 밖에서 떠들고 있어 역효과를 내고 있다. (동경 기자회견)

<돌아오면 거론하자고 무마>
소석의 해외 발언은 당내에서 찬반 양론으로 갈라져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 『보안법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데 폐지 않겠다는 거냐』. (고흥문 최고위원), 『주한미군철수·자유·안보문제 등은 당의 가장 중요한 정책인데 한마디 상의도 없었다』(이민우 국회부의장), 『야당 당수가 정부측 입장만 옹호하면 되겠는가』(이택돈 의원), 『야당이 야당으로서 할말을 해야지 여당측이 할말을 했다』(한병채 의원)는 것이 비판 세력의 부정적 반론.
이와 반대로 이 대표 옹호론자들은『총대 맬 생각은 없으나 적시에 나가 야당 당수로서는 최대의 성과를 이뤘다고 확신한다』(김수한 의원), 『평소 이 대표의 지론을 피력한 것으로 하등 색안경을 쓰고 볼 필요가 없다. 이를 비난하는 것은 어려운 때밖에 나가 일하는 사람 뒷머리에 총 쏘는 격이 아닌가』(송원영 총무), 『연두 기자회견 이상의 내용이 아니다』(고재청 대변인)는 등 긍정적인 반응.
이 대표 부재중 대표 권한 대행을 맡고 있는 신도환 최고위원 같은 이는『현실적으로 집권만이 막강하다고 승복만 하면 야당이 여당과 다를 것이 없다』고 야당관을 밝히면서도『돌아오면 거론하자』고 무마하는 입장.
이 대표는 자신의 해외 활동에 대한 당내 반응에 신경을 써 수시로 국제전화를 걸어 송원영 총무·비서진들과 통화.
이 대표는『나도 국내신문을 보고 있다』며 발언 내용의 정확한 보도를 이르고 송원영 총무에겐『당내 반응은 어떤가. 당 총무가 활발히 움직여 달라』고 당부.

<"「이단자」란「이견」의 잘못">
당내에서의 시비·찬반론은 당외로도 파급돼 통일은 특히 이 대표의「정치 이단자」운운한 발언에 발끈하여『신민당의 항로는 어디냐?』는 제목의 성명까지 발표.
이런 논란 때문인지 송 총무는 정치적「이단자」라고 해석된 분은 정치적「이견」(정치적「이견」(Politica distort)이 잘못 번역된 것이라며 영어 원문을 제시, 해명.
여권에서는 대체로 은근한 칭찬일색. 『소석이 정말 시원시원하게 말하고 다니더라. 누가 뭐래도 야당에서는 소석이 가장 소신있는 정치인인 것 같다』는 것이 공화당 K간부의 소감. 오준석 공화당 부총무는『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한 얘기』라고 했고, 오유방 의원(공화) 같은 이도『「밖에 나가 집안싸움 할 수 있느냐」고 했던 소석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평가.
이 대표가 그동안 해외에서 행한 각종 발언 내용의 기조가 되고 있는「동경 연설문」은 출국전 국내에서 미리 만든 것.
여기에는 개인적으로 가까운 국제정치·경제전문 국내교수 2, 3명이 자문을 맡은 것이 특색.
한편으로 정기국회 폐회 후부터 이 대표는 정치·외교·안보·경제 등 각분야별로 중요 자료를「카트」화하도록 비서진들에게 지시, 출국때 분야별로 40여장씩 모두 3백 여장의 자료「카드」를「백」속에 넣어 가지고 나갔다.
소석 해외 발언은 국내외 여건·야당의 본령 등과 관련, 보는 각도에 따라 허가가 달라질 수 있고 귀국 후에도 발언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 같다. <주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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