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선 15년 넘으면 퇴출인데 부산~제주 여객선 나이 24.7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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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여객선의 63.2%가 선령(船齡·배의 나이) 15년이 넘는 노후 선박인 것으로 드러났다. 새누리당 주영순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서다.

 일본은 선박법에 따라 선령 15년이 넘는 2000t 이상 여객선에 사실상의 사망선고를 내린다. 안전문제 때문이다. 일본의 ‘은퇴 여객선’은 동남아시아 등 선박 후진국에 수출됐다. 그러나 최근 수출국이 선박 선진국을 자처하는 한국으로 바뀌었다. 한국이 2009년 여객선의 선령 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완화하면서다. 당시 국토부는 “한국에서 쓰던 여객선을 선령 제한 때문에 동남아 국가에 헐값으로 팔아야 하는 부작용이 생긴다”며 선령을 30년으로 늘렸다. 해운회사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자 국내 선박회사들은 오히려 15년이 넘은 낡은 여객선을 헐값에 사들여 수학여행 노선 사업 등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현재 등록된 여객선 중 20.8%가 노후 수입 여객선이다. 이 중 규제완화 전 29.4%이던 선령 15년 넘는 고령선의 수입 비중은 63.2%로 2배 이상 늘었다. 20년이 넘은 폐기 직전 배도 15.8%에 달했다. 은퇴선은 주로 일본(44.4%)에서 수입됐고 노르웨이·싱가포르가 각각 8.3%, 중국산도 5.6%였다.

 노후 여객선은 제주·울릉도 등 단체 여객 수요가 많은 노선에 투입됐다. 현재 부산 선적의 여객선 3척 중 3척 모두(100%)가 노후 수입선박이다. 이 중 2척은 제주 노선을 오간다. 수입 당시의 선령은 이미 22.3년이었다. 지금도 24.7년이나 된 배들이 아무 조치 없이 운항하고 있다. 울릉도·독도 노선을 오가는 포항 선적 여객선의 83.3%도 노후 수입 선박이다. 제주(57.1%)와 인천(42.1%)에서도 폐기 직전의 여객선을 수입해 단체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다.

 2013년 말 현재 운항 중인 여객선 173척 중 세월호(1994년 건조·선령 20년)보다 낡은 여객선은 50척이다. 비율로는 28.9%다. 이번 사고를 일으킨 청해진해운의 ‘오하마나’호는 세월호보다 5년이나 선령이 높다.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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