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물고기 잡는 법 알려주는' 재능기부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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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SK그룹 임직원으로 구성된 SK프로보노가 본격적인 올해 활동을 시작하는 발대식을 하고 있다. 프로보노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소외 계층 등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 SK그룹]

프로보노(Pro Bono), ‘공익을 위하여’라는 라틴어 줄임말이다. 미국에서 소외 계층을 위해 무료 변론을 하는 변호사를 일컫는 말로 쓰이면서 대중화됐다. 지금은 재능기부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국내 대기업 중 프로보노형 사회공헌활동을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은 SK그룹이다. 2009년 9월 시작된 SK프로보노는 올해로 5년째를 맞았다.

 이 기간 동안 600여 명의 SK 임직원은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사회적 기업, 비영리단체 등의 어려움을 풀어주는 해결사 역할을 했다. 도움이 필요한 기업·단체가 SK에 요청하면 해당 분야 경력과 지식을 갖춘 임직원이 해당 단체 등을 찾아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일을 하는 식이다. SK프로보노는 지난해까지 314개 기관에 413건을 자문했다.

 노력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박물관 체험사업을 하는 사회적 기업 놀이나무는 2010년 설립 초기부터 SK프로보노와 함께했다. 지난해 이 회사는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매출도 2012년보다 170% 늘어났다. 새로운 길을 향한 모색도 계속되고 있다. 친환경 세제와 기능성 화장품을 만드는 제너럴바이오는 제품과 ‘착한 소비’를 부각할 수 있는 광고 방안을 고민하다 SK의 문을 두드렸다. SK프로보노에서 제안한 방안이 제품 상자 뒷면에 7가지 ‘착한 소비’ 체크리스트를 붙이는 것이었다. ‘정말 필요한 물건만 구입하세요’ ‘자연과 환경, 이웃을 생각하며 필요한 물건을 구매해 주세요’ ‘배려와 나눔에 익숙한 기업의 상품을 선택해 주세요’ 등이다. 지난해 12월 이런 체크 리스트가 표시된 제품이 2만개가 제작돼 시판 중이다.

 이런 SK의 사회공헌이 지향하는 방향은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SK프로보노는 일회성 조언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사회적 기업의 문제를 듣고,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제안한다. 인재양성을 통한 사회공헌도 같은 맥락이다. SK그룹 이만우 PR팀장(부사장)은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주력해 사회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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