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위협에 노출된 동북아 각국 무기 상들의 새 단골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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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방콕=이창기 특파원】최근 동남아지역은 구미 각국으로부터 몰려드는「죽음의 상인」들이 혈전을 벌이는 세계 제2의 병기매매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한 재정전문가는 이미 이루어졌거나 진행중인 무기매매거래가 약11억 달러(약 5천5백억 원)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그러나 무기의 매매가 보통 비밀리에 진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의 거래액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 틀림없다고 전문가들은 어림한다.
동남아 국가연합(ASEAN)의 5개국이 갑작스레 이와 같이 무기매입에 열을 올리는 까닭은 대체로 이들 국가들이 공산「게릴라」들의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
특히 75년 인지반도의 공산화에 의해 사기가 오른 공산「게릴라」들의 반정부활동이「싱가포르」를 제외한 전지역에서 점차 활발해짐에 따라 이들 국가는「게릴라」들을 진압할 최신장비의 필요성이 늘어났다.
물론 인지반도의 적화이후 월남·태국 등지서 미군의 철수로 인한 힘의 공백과 1백만 월맹군의 위협 등도 동남아 국가들(총 70만 병력)의 군비강화 경향을 부채질한 면이 없지 않다.
「싱가포르」는 인지적화이후 1억 달러(약 5백억원) 어치의 미제무기를 구입했다. 인구 2백20만명에 3만5천명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 도시국가는「게릴라」진압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접「말레이시아」가「게릴라」와 내전을 벌일 경우 생명선인 수원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연간 2억5천만 달러 이상의 국방비를 쓰고 있다.
「말레이시아」도 같은 기간에 1억 달러 이상을 들여 6만점의 M-16 자동소총과 18대의 F-5E 전투기 등을 구입했다. 「후세인·온」「말」연 수상은 76년 현 4만 명의 병력을 배치하겠다고 선언, 앞으로도 무기구입에 많은 예산을 사용할 뜻을 비쳤다.
해외 채무 등으로 적자 예산에 허덕이는 인니도 1980년까지 4억 달러를 들일 군 장비 개선방안을 성안 중에 있다.
「말」연과 함께 공산「게릴라」활동으로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태국에서는 76년 10월 6일「쿠데타」이후 군 지도자들이 가장 먼저 취한 조처가 무기 구입 비로 사용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0억 달러 차관도입교섭권을 전격 승인한 것.
태국은 이 돈으로 F-5E 전투기·중포·「헬리콥터」·전차·무장병력수송차 등을 사들이길 희망하고 있다. 태국은 이 지역에서 무기를 가장 많이 구입하고 있는 나라다.
이 지역에 유일하게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필리핀」도 미군의「필리핀」계속 주둔의 허용과 관련해서 군장 비 강화를 위한 10억 달러 이상의 군원 협상을 미국과 벌이고 있다. 이들 국가는 또 자국 내에서 탄약이나 소총 및 경비정 등을 자체생산하기 위한 계획도 추진하고 있거나 이미 건립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재미를 톡톡히 보는 측은 죽음의 상인들 뿐. 특히 과거에는 미국의 무상 군원에 크게 의존했던 이들 국가들이 지금 주로 현금으로 무기를 사들이기 때문에 국제무기 상인들로선 더욱 매력적인 시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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