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놀음만은 아니다』미-소 해군력의 균형|신임 미 CIA국장「터너」제독의 미지 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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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카터」미행정부의 CIA국장으로 임명된「스탠스필드·터너」해군제독이「포린·어페어즈」지 1월 호에 기고한『해군력의 균형-숫자 놀음만은 아니다』란 글을 간추린 것이다. <편집자 주>
미-소 양국의 해군력 비교가 요즘 많이 거론되고 있다. 『사실대로 말해 봅시다. 어느 쪽이 앞서 있소?』라는 식의 질문에 전적으로 낙관적이거나 전적으로 경고 적인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앞서 있다」는 뜻이 무엇이며 미 해군력이 얼마만큼 앞서야 미국의 외교정책수행에 적절한 것인가가 문제일 것이다. 요즘 나돌고 있는 주장은 미국의 해군력이 가진 정치적 영향력이 위축되고 있고 그런 현상이 위험스럽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소련이 압도적인 시국의 해군력에 대응하여 해군 강화에 온 힘을 경주하고 있는 반면 미국 내에서는 국방비를 삭감하려고 하고 있다는 사실을 논거로 삼고 있다. 심지어 해군함정의 수를 비교하여『미 해군은 이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수량적인 대비로는 해군력을 비교할 수가 없다.
미소의 해군을 비교하려면 쌍방이 의도하는 해군력의 존재이유를 먼저 알아야 한다. 소련 해군이 중요한 해군력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차대전이 지나서였다. 당시 해안경비 정도의 해군밖에 가지지 못했던 소련은 수백「마일」떨어진 해상에서 공격해 올 수 있는 미국의 공격용 항공모함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소련은 함정건조에 박차를 가해 주로 재래식 잠수함과 순양 포함을 생산했다.
그 다음에는 전술「미사일」을 개발했고 60년대 초에 미국이「폴라리스」핵잠 함을 취역 시키자 「헬리콥터」항 모를 생산, 이에 대응했다. 소련은「폴라리스」잠수함의 격침이 어려움을 알자 미국해군이 소련 본토에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해역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해역봉쇄전략을 추구하면서 해상전략공격력을 갖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60년대 중반에 소련함대는 전세계로 확장되어 가는 소련의 정치적 이익을 지원할 수 있게 됐고 평화시에 해군력의 시위를 통해 외교정책을 뒷받침하게 됐다.
75년 소련은 전 세계적인「오케안」기동해상훈련에서 미국의 상품수입량의 99%가 통과하는 해로를 봉쇄하는 작전을 연습했다. 30년도 못되는 기간에 미비한 해안경비대에 불과했던 소련함대는 ①전략억지 ②군사적 시위 ③해상봉쇄를 할 수 있도록 증강됐고 이제는 타국에 병력을 투입할 수 있는 능력과 육상항공기지의 엄호 없이 해역을 확보하는 능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소련보다 더 바다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은 해군의 기본전략을 해양통제에 두었다. 오늘날 미국해군의 구조 및 능력은 ①전략적 억지 ②균형 력 시위 ③해상통제(해역봉쇄 및 확보) ④병력투입을 가능케 하고 있다. 소련해군이 타국 군함의 접근을 억제하고 제한된 병력투입능력 밖에 못 가진데 비해 미국은 완전한 규모의 병력투입작전을 할 수가 있다.
그러면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는 이 양국의 해군력을 어떻게 비교할 수가 있는가? 각개의 전투능력은 그에 대응하는 상대방의 능력에 대비돼야 한다. 미국의 핵 잠수함이 41척이고 소련은 62척이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잠수함의 적은 상대방 잠수함이 아니라 대 잠수함 체제이기 때문이다.
해군력에 대한 합리적인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3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미 해군력에 대한 평가는 소련군사력과의 수적 대비를 통해서가 아니라 소련의 공격을 받은 후에도 잔존할 수 있는 능력의 관점에서 내려져야 한다.
둘째, 해외기지의 사용 가능 도를 바탕으로 해서 항공모함, 상륙용 함정 등의 규모가 결정되어야 한다.
셋째, 군사력 비교는 잠수함수 대 잠수함, 항공모함 수대 항공모함의 비교가 아니라 전시 상황에서 대치할 수 있는 모든 동류의 무기를 총체적으로 대비시켜야 된다. 예를 들어 잠수함은 적국의 공군기·구축함·기뢰와 비교되어야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수한 해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적인 대비보다 가상적국이 어떤 방향으로 군사력을 발전시키려는지 그 추세를 파악, 이에 대비해야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