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악화 일로 수출환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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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년대비 49·5%나 늘어난 작년도의 수출호황은 누구도 예측 못했던 행운이었다.
한국뿐 아니라 대만·「싱가포르」·「홍콩」같은 무역경쟁국들도 30∼50%의 수출신장률을 구가했다. 세계무역액의 증가율은 약 11%이었다.
이러한 무역증가는 미국 등 선진국들의 재고소진에 따른 수입수요덕분이었으며 그것이 작년상반기의 반짝경기로 나타났던 것이다.
그러나 금년은 작년과 같은 재수가 되풀이될 형세가 못된다. 국제경기의 회복속도가 감속한 것이다.

<불경기의 여파로>
미국이 적극적인 경기자극 책을 쓰겠다고 나서고 있고 사실상 미국경제는 일단 회복 궤도 위에 정착해 가는 현상을 보이지만 7·5%가 넘는 실업률 때문에 경기자극 책은 결국 자국산업보호로 치우칠 것이 뻔하다. 일방적인 무역흑자로 심한 압력을 받고 있는 일본마저도 수입을 크게 늘릴 기세가 아니고 그 밖의 선진국들은 더욱 여유가 없는 실정이다.
이를 반영하듯 연초부터 미국·「캐나다」·EEC 등지에서 수인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ITC(국제무역위원회)에서 비 고무화류에 대해 관세할당제를 실시키로 한 것을 비롯, TV수상기·전자시계·양송이통조림·인삼제품 등에 대해 각종규제를 가하려고 하고 있으며 EEC는 종래 6%씩 늘리던 섬유류 수입「쿼터」증가율을 낮출 것을 기도하고 있다.
또 철강 제·양말 류·신발류·의류·금속제 양식기들에 대해 EEC·「프랑스」·「캐나다」·영국 등에서 수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진각국의 수입규제강화는 일본상품을 겨냥하는 것이지만 무차별 적용하다 보니 우리나라 상품도 유탄에 맞는 꼴이 된다.

<「백억 불」은 낙관>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둔화되는 추세 속에서 이렇듯 각국의 수입규제강화경향은 수출경기를 냉각시킬 수밖에 없다,
세계무역량은 올해 작년대비 8%늘어나 금액으로 쳐서 1조l천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작년의 신장률보다 약 3% 떨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 중에서 1%가량인 1백억 달러를 수출하기로 목표를 세웠다. 작년보다 23·2% 늘어난 규모다. 지난 62∼76년의 15년간 연평균 수출신장률 43%, 그리고 작년도의 49·5%에 비하면 크게 낮추어 잡은 셈이다.
일본이나 대만·「홍콩」·「싱가포르」같은 나라에서도 올해 수출증가율을 작년의 절반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월중의 실적은 수출 6억1천2백만 달러, LC 내도 액 6억9천5백만 달러.
수출은 계획보다 5·8%미달한 것이지만 작년동기 대비로는 49·6% 늘어난 것이고 LC는 작년 1월보다 38·4% 증가한 것이다.
일단은「스타트」가 괜찮은 셈이다. 그러나 미국을 엄습한 혹한이 의류·신발류의 수입을 급증시켜 우리 수출업계가 땡잡은 점을 감안해야 한다. 추위 때문에 재고가 바닥난 때문이다.
어쨌든 1·4분기를 넘겨봐야 올해 수출경기를 점쳐 볼 수 있겠으나 1백억 달러 달성은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나 상공부의 공통된 견해다.

<불안한 하반기>
과거 경험상 우리나라 수출「패턴」은 상반기 중 42%, 하반기 중 58%를 수출했다. 올해는 상반기 중 45%, 하반기 55%로 상반기에 앞당겨 수출을 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하반기 경기에 대해 자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중화학제품의 수출비중을 높인다는 방침아래 연불수출지원자금을 작년보다 1천99억 원 많은 2천6백억 원으로 대폭 늘리고 중장기실비자금공급규모를 작년의 2억8천3백만 달러에서 6억8천5백만 달러로 확대했다.
연불수출지원자금의 금리도 8%에서 7%로 내렸다.
세계무역량의 1%를 차지, 20위 권의 수출국에 끼게 되는 한국으로서는 무역자유화의 압력이 가중돼 가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싼 노임을 배경으로 한 후 발 수출의 경쟁국 도전과 선진국의 각종 수입규제의 틈바구니에서 활로를 뚫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는 것이다.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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