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관계서 천여권…6·25때 많이 모아|이혜구<국악·서울대 명예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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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제 침략기 방송국에서 음악「프로」를 맡은 것이 국악과 뗄 수 없는 인연이 됐다. 본래 영문학을 전공한 나는 구미문학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으나 국악을 알고부터는 다시 손놓기가 어려워졌다. 현재 가지고 있는 국악관계서적은 1천여권.
이중에는 30대 이후 연구한 결과를 책으로 엮어낸 것이 수십권 차지하고 있다.
국악관계 서적 이외에도 우리 나라 음악의 특색을 찾기 위해 비교 연구했던 서양·일본·중국의 각종 음악서가 2천여권 있다.
가장 쉽게 책을 모을 수 있었던 시기는 6·25직후였던 것 같다. 이리의 한 대학에서 영어교수를 하고있는데 고서시장에는 서울에서 휴지로 실려온 책 더미 속에서 저울로 달아주는 책을 많이 샀다. 이때 귀중한 서적을 구하지 못하면 근처 시골의 배나무 열매를 감싸주는 봉지로 이용됐기 때문에 귀중한 문화유산을 지킨다는 심정으로 동료들과 함께 고서더미를 뒤졌었다. 이때 구한 것이 내가 귀히 간직하는 『백운암 금보』등 고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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