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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이라크軍, 차량으로 다리 막고 저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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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영 연합군과 이라크군의 주력 부대가 31일 바그다드 남쪽 80㎞에서 개전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시가전을 벌였다.

미군 3보병사단이 카르발라 인근 인구 8만여명의 힌디야로 진격해 들어가자 이라크군의 공화국수비대는 건물과 참호에 숨어 사격을 퍼부었다.

◆정예 병력 간의 첫 시가전=이날 새벽 3보병사단의 선봉대는 에이브럼스 탱크와 브래들리 장갑차를 앞세우고 힌디야 시가지로 진입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그 직후 이라크군이 벽돌담과 울타리 등의 뒤에 몸을 숨기거나 건물 사이사이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대전차로켓과 자동소총 등으로 미군을 공격했다.

이라크 측 수비병력 중에는 민간인 차림에 붉고 푸른 전통 머리장식인 '카피예'를 두른 사람도 많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또 유프라테스강을 건너 힌디야 시내로 이어지는 다리에서도 양측이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미군은 버려진 벙커 등을 이용해 교량 반대편에서 방어하던 이라크군에 일제 사격을 가했으며, 이라크군은 장갑차로 교량 중간까지 다가와 기관총으로 사격했다.

그러나 이 장갑차는 미군 중화기에 의해 파괴됐고 미군이 교량 진입을 시도하자 이라크군은 민간인 차량들을 이용해 교량 한쪽 끝을 막아버렸다.

이날 계속된 전투에서 최소 35명의 이라크군이 사망했으며 미군도 한 명이 죽은 것으로 전해졌다. 생포된 이라크 병사 중에는 바그다드 북부 티크리트에 주둔하던 공화국수비대 네부카드네사르 사단 소속 병사도 포함됐다.

◆오폭(誤爆) 책임 공방=미 국방부는 지난달 30일 "개전 이후 6천개의 정밀유도폭탄과 6백45기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줄잡아 하루에 6백여개의 폭탄과 60여기의 미사일이 이라크에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슬람권 적십자사인 적신월사(赤新月社) 측은 지난달 28일 바그다드의 한 시장에서 최소 62명이 사망한 사건은 연합군의 미사일 오폭 공격이라며 민간인의 피해 참상을 고발했다.

적신월사는 "연합군의 바그다드 폭격으로 매일 1백명 이상의 민간인들이 들것에 실려나간다"고 주장했다. 연합군 측은 이는 이라크군 미사일의 오발로 빚어졌을 수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지난달 30일 종군기자의 바그다드 르포 기사에서 이 미사일의 '주인'이 미.영 연합군이라는 물증을 제시했다. 사고 다음날 현장을 방문한 로버트 피스크 기자는 "파편에 적힌 숫자는 연합군이 무기를 저장할 때 쓰는 일련번호"라고 보도했다.

◆민간인 피해 속출=워싱턴 포스트는 "28일 폭탄이 떨어졌던 바그다드 시장 입구에는 피로 흥건하게 젖은 어린이용 신발들이 널려 있었으며 부상자들이 실려간 인근 병원에는 가족들의 오열과 절규가 메아리쳤다"고 전했다.

바그다드 주재 적신월사 대표 로날드 후구에닌은 "연합군 폭격으로 다친 사람들 중 상당수가 허리.목 등에 치명상을 입었으며 대부분 어린이.노약자"라고 주장했다.

이라크 정부는 개전 후 지난달 30일까지 미군 폭격으로 민간인 3백57명이 숨지고 3천6백여명이 부상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정용환 기자

<사진 설명 전문>
미군과 이라크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인 이라크 중부 힌디야의 다리 위에서 미 보병 3사단 병사들이 다친 이라크 여성(右)에게 다가가고 있다. 이 여인은 다리를 건너다 양측이 교전을 벌이는 바람에 오도 가도 못한 채 부상을 당했다. [힌디야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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