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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대한민국 창작만화 공모전] 스토리 부문 장려상 '개미' 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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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야산 산길도로에서 조금 벗어난 비포장도로에 황금색 밴이 서더니 시동까지 끈다.. 밤 늦은 시각 주위에는 인기척이라곤 없다. 매니저는 소리 없이 길게 한숨을 쉰다. 그리고 뒤를 돌아본다 그녀는 무방비 상태로 자세를 흐트리고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있었다.

매니저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처음엔 고개를 돌리지만 다시 그녀를 쳐다본다. 그리고 그녀가 있는 뒤쪽의자에 손을 얹어 무게를 싣고 몸을 더욱 뒤쪽으로 뺀다.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 간다. 그 때 그의 손에 무언가가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잡혔다. 조금 전에 그녀가 먹었던 오렌지를 담았던 봉지였다.

그는 그녀가 깨어났는지 조심스럽게 숨죽이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매니저의 몸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면서 본능이 온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은 성욕이 아니다 복수심이다. 진섭에게 있어무언가 귀중한 기회를 부셔버린 것에 대한 복수다.

차안은 무척이나 어두워서 그녀의 모습은 베일에 가려진 듯 보이지 않았지만 길가 에 켜져있는 가로등 불빛이 있었기에 그녀의 모습을 어렴풋이 알아볼 수가 있었다. 이제 그의 눈은 고된 스케줄에 의해 피로에 지칠 때로 지친 그녀의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조금은 신경질적인 그녀의 눈매는 고이 감기어 감겨져 있었고 그녀의 입술은 살짝 벌려진 채 하얀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이어지고 있는 숨결은 이제 그에게도 느껴지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자신의 눈앞에서 모두 볼 수가 있었다.

그녀의 잘 빠진 다리부터 잘록한 허리와 성숙하게 솟아오른 두 가슴 봉오리를 넘어 하얀 목덜미를 따라 부드럽게 꺾어지는 턱선에 이르르면 다시 그녀의 입술이 있다.

그는 수지의 웃옷을 풀러내고 면티만으로 덥힌 그녀의 가슴을 만졌다. 그리고 그녀의 치마와 웃옷을 벗기기 시작한다. 그녀의 가슴과 아랫도리의 은밀한 부분까지 노출시킨후 진섭은 품안에서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누르기 시작한다. 그녀의 흔이 볼 수 없는 모습들이 담기기 시작했다.

“내 소중한 것을 뺏아간 댓가로 당신의 진정한 모습을 인터넷에 올려주겠어.” 이후에도 진섭은 셔터를 계속 누르다가. 문뜩 그녀의 귀를 찍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젖혀 귀를 드러낸다.

진섭은 병원에 그녀가 입원해 있던 그때 그녀에 귀를 보고 알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젖히고 귀를 들어내어 바라보기 시작한다. 나무의 옹이구멍 같은 귀다. 그런데 진섭은 무언가를 발견한 듯 움찔 놀라며 그녀에게서 물러난다.

그리고 놀라움에 입을 가리고 그녀를 관찰한다. 손을 서서히 내린 그의 입은 무언가 참을 수 없다는 듯한 기쁨의 웃음을 짓고 있다.

어두운 지하실 한쪽 편에는 진섭이 키우는 귀뚜라미와 애벌레 등이 사가형의 유리 어항 속에 담겨있다. 그리고 어두운 백열전구 불빛 아래 수지는 진섭의 천으로된 간이 침대에 누워있다. 그리고 진섭은 불빛 저 너머에서 손에 비닐을 낀 채 무언가를 들고 다가오고 있다. 그의 손에는 무언가 진득해 보이는 갈색 덩어리를 가져와 그녀의 손끝에 놓았다. 그리고 진섭은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그녀의 하얀 손목 위로 개미가 나타났다. 개미는 그녀의 손목에서 손등으로 내려와 그가 만든 갈색덩어리에 접촉하였다. 진섭은 낮고 기쁨에 가득찬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이건 내가 단 것을 좋아하는 곤충들을 위해 만든 영양식이야 기본적으로는 탄수화물 성분이지만 설탕과 땅콩을 갈아서 넣기도 한 개미를 위한 특제품이지..”

개미는 그 갈색 덩어리의 맛을 본후 다시 그녀의 손끝을 따라 손목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래 어서 가서 너의 동료들에게 맛을 보여줘 아마 다들 좋아할 거야”

매니저는 죽은 듯 누워 있는 그녀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한다.

“수지씨는 잘 모르겠지만 열대지방에 사는 어떤 개미는 식물의 줄기 속에 들어가서 살아가는 종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걸 기생개미라고 생각을 했지만 훗날 어느 학자에 의해 밝혀진 바에 의하면 그 개미는 그 식물에 기생만 하는 건 아니였어요 어떻게 보면 공생이라고 할까요.? 이를테면 식물의 수액이 지나는 특정부위가 막히거나 줄기가 죽게 될 위기에 처하면 개미들이 그곳을 수술을 한다는 거죠.. 놀랍지 않아요? 개미들에 의해 식물이 살아날 수 있다니 .벌레 주제에 말이죠.”

“그런데..말이죠“

그는 말을 잠시 끊었다가 웃으며 다시 말한다.

“수지씨가 같은 경우 였어요.”

검붉은 통로 속의 개미가 바삐 움직여가고 있다.. 통로는 길게 구불구불하게 계속 이어져 있다. 통로는 나뭇가지가 갈라지듯 두갈레로 갈라진다. 통로 한쪽 편에는 개미들이 기계적으로 벽을 갉아내며 통로를 넓히고 있다. 이윽고 다다른 곳에는 커다란 배를 가진 여왕개미가 쉴새없이 알을 뿜어내고 있으며 거기서 나온 알들은 다른 개미들에 의해 어디론가 옮겨진다. 그리고 다다른 곳엔 개미들이 알과 애벌레 그리고 번데기들을 닦아주고 입으로 분비물을 먹여주고 있다.

그곳을 지나 도착한 깊은 방엔 많은 조각 조각난 먹이들이 쌓여있다. 그곳에서 먹이를 정리하는 개미에게 먹이를 들은 개미는 먹이조각을 놓고 주위동료들과 더듬이를 접촉하며 먹이에 관한 정보를 나눈다. 그리고 다시 그들을 이끌고 길고 구불구불하며 따뜻한 습기가 가득한 통로를 지나 빛이 보이는 밖으로 다시 빠져나온다.

그리고 옹이구멍처럼 생긴 그녀의 귀를 빠져나와 다시 목을 내려와 어깨를 타고 그녀의 팔 줄기를 타고 다시 손끝에 놓여져있는 그들만의 성찬을 뜯어내어 나르기 시작했다.

개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진섭은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아마도 이건 필연적으로 콘크리트로 흙을 모두 덥혀버린 이 도시에서 생겨난 개미들의 또 다른 생존 전략인 것 같아요. 어느 순간엔가 당신의 귓속에는 여왕개미가 들어간 겁니다.

진섭은 그녀의 귓속을 손전등으로 들여다보면서 계속이야기 한다. 그리고 아마도 고막에 작은 틈을 내고 통해 두개골 안쪽의 부드러운 부분에 공간을 만들었을 겁니다.. 그리고 알을 놓아 기르기 시작하면서 일개미들을 하나 둘 태어나 활동을 하기 시작한 거죠. 밖으로 나가서 먹이를 구해 오기도 하고 통로를 만드느라 긁어낸 단백질 덩어리를 먹기도 했지 그러면서 이 숙주의 막힌 혈관도 살피며 보수 공사를 시작했죠. 좁은 부분은 넓혀주고 막힌 부분은 뚫어주고, 그리고 불필요하게 덩어리 진 부분은 집안을 확장하면서 나온 찌꺼기들과 함께 밖으로 조금씩 조금씩 버려졌었던 겁니다..

당신이 쓰러졌을 때의 차마 의사들도 손대기를 어려워하던 그 민감한 부위에 있던 것도 개미들에 의해 고쳐졌던 게 아닌가 저는 생각합니다.

“어떻습니까? 당신이 그토록 혐오스러워 하는 벌레에 의해 목숨을 건진 거라니..”

“당신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신은 아마도 자살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처럼 귀를 거의 파내다 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렇게 된다면 저로서도 무척이나 슬픈 일이 될 겁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이일은 비밀로 하도록 하죠.“

“적어도 자연스럽게 당신이 이들의 존재를 눈치챌 때 까진 말이죠.”

진섭은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계속 말을 잇는다.

“하지만 궁금하군요. 당신이 자신의 머릿속에 우글거리며 살고 있는 그 개미들의 존재를 눈치 채었을 때 정말 어떤 반응을 보일지말이죠.“

“그전까지 조금은 곤충에 대한 생각이 바뀌길 바라겠습니다. 수지씨..”

매니저는 먹이를 먹으러 나온 개미들중 일부를 잡아 전에 여치가 살았던 어항 안에 옮겨 놓았다. 매니저는 나머지 개미들이 다시 그녀의 귓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그녀를 일으켜서 자신의 등에 업히게 한뒤 불을 끄고 지하실 문밖으로 다시 나가기 시작했다.

흐린 날씨 눈이 내리는 방송국 그사이를 길게 늘어서 차들 사이에서는 수지가 타고 다니는 황금빛 밴도 자리잡고 있었다.

수지: 이러다 늦지 않겠어..?
새매니져 : 아직은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아직 한시간 정도 남았으니까요.

운전석에는 낯설은 키가 작고 인상이 얍삽해보이는 20대 초반의 남자가 운전을 하고 있었다.

수지: 휴..근데 오늘 내가 받게 될 상이 뭐였지..?

운전석에 앉은 그는 길다란 서류뭉치를 넘겨보다면서 대답한다.

“에~ 그러니까 여자배우 부문 최우수상이 있고 후보로는 수지씨 드라마가 작품상 후보에 올라가 있습니다.‘
수지: 아.. 이젠 정말 상받는것도 지겹다니까..
새매니져: 그거야 수지씨의 연기를 따라올 사람이 없으니까 할 수 없는 노릇이죠 뭐..“
수지: 어머 어쩜 넌 그렇게 비유도 잘 맞출까..? 정말 맘에 들어. 전에 있던 녀석은 그런걸 정말 못하더라고 꼴에 남자라고 말야..
새매니져: 그것 참 나쁜 놈이네요 수지씨 같은 톱스타를 알아서 모셔야지.“
수지: 그렇지..?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였어.. 무슨 벌레학과를 나왔다던가 하였든 연예계와는 상관없는 놈이 였는데. 어느 날은 벌레를 차에 갔다 놓칠 않나.. 벌레가 신기하게 생겼다면서 내가 싫다고 하는데도 버리지도 않고 가지고 있는 거 있지..? 내가 얼마나 벌레를 싫어하는지 너도 잘 알지..?
새매니져: 물론이죠 저도 벌레라면 치를 떠는데요.

수지: 하여간 그러더니 어느날엔가 갑자기 사라졌어..? 웃기지.. 그만두려면 이야기를 하던가.. 그냥 도망가버렸어..
새매니져: 그런 놈은 뭘해도 그렇다니깐요... 벌레나 좋아하다니
뭐 바퀴벌레 가득한 그런 곳에서 같이 살고 있겠네요.

그녀는 그렇다는 듯 깔깔 웃으며 말한다.

수지: 그렇지..? [계속]

스토리 부문 장려상 '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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