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내 몸의 이상을 미리 알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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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주로 중년 이후에 갑자기 한눈이 아프고 그쪽 머리도 아프며 앞이 안 보이는 수가 있다. 그럴 때 불빛을 보면 불빛 둘레에 무지개가 퍼져 보이기도 한다.
심하면 메스껍고 토하기도 해서 간혹 내과나 신경욋과의 질환인줄 알고 그쪽 검사만 하다가 치료의 시기를 놓치는 수가 있다. 아직은 급성 녹내장(급성 녹내장)의 증상이다.
우리 눈은 마치 축구공과도 같이 눈 속에 압력이 있어 둥근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데 여기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이 눈 속에 있는 방수라는 물이다. 이 방수가, 눈 속에서 생겨서 눈 밖으로 빠져나가는데 이 통로가 막히게 되면 자연 눈 속에 물이 괴어서 눈 속의 압력·즉 안력이 높아진다.
이렇게 높은 안력이 계속되면 눈 속의 시신경이 파괴되어 심한 경우는 하루 내지 이틀 안에 안압이 조절 안 되면 영원히 실명하고 마는 무서운 병이다.
만성 녹내장 역시 급성에 못지 않게 무서운데 그것은 급성과 달라서 증상이 너무나 없는 것이 문제다. 그저 앞머리가 좀 아픈 듯하고 눈이 거북하고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 좀 심해지는 정도다.
이렇기 때문에 그저 눈이 피로한 탓이겠지 하고 소홀히 넘겨버리는 수가 많다. 그런데 이 때도 안력은 높아서 자기도 모르는 새에 서서히 시신경이 파괴되어 간다. 그래서 좀 이상하다고 느꼈을 때는 이미 늦어서 시야(보는 범위)는 좁아져서 마치 붓 뚜껑을 통해서 보는 것처럼 옆의 것이 보이지 않게 된다.
녹내장은 급성이건 만성이건 안과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실명의 원인이어서 우리나라 통계에 의하면 실명 원인의 세째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이것을 막는 방법은 조기 발견에 조기 치료뿐이어서 주로 40대 이후에 눈에 통증이나 두통이 있다든지 불빛 둘레에 무지개가 보인다든지 눈이 몹시 아프고 안보이면 곧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 보고 안압을 재 보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이상욱 <가톨릭 의대 성모병원 안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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