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엔 축구장 1300배 '넓은 목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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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제주도 성산일출봉에서 산굼부리 방향으로 30여 분 차를 타고 달리면 오름 지역이 눈에 들어온다. 큰 도로(번영로)를 벗어나 빽빽한 숲 안으로 접어든 순간, 1000만㎡(약 300만 평)에 이르는 광활한 초원이 끝없이 펼쳐졌다.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와 가시리, 성산읍 난산리에 이르는 목장의 이름은 ‘넓은 목장’. 축구장의 1300배 크기다. 목장 안에는 660만㎡의 녹차밭, 340만㎡의 목장과 초지, 5만㎡의 양계장이 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자 정모(66)씨는 “평당 4만~5만원으로 시가 1000억원이 넘는다”고 했다.

 넓은 목장은 청초밭영농조합법인 소유다. 이 목장은 원래 이철희·장영자 부부의 것이었다. 어음사기 사건으로 부부의 재산이 몰수된 뒤 ㈜넓은이 경매를 통해 121억원에 낙찰받았다. 한 주민은 “당시 세모가 목장을 인수하고 주민들에게 서울 구경을 시켜줬다. 한강유람선도 타봤다”고 말했다.

 이 목장은 2002년 영농법인으로 넘어갔다. 목장에선 2000명의 조합원이 공동 구매했다고 인근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유 전 회장 일가가 실소유주로 지목되고 있다. 2001년 유 전 회장이 이끄는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는 이 목장을 담보로 649억원을 대출받았다.

 목장에서 일하는 남성 2명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이들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나는 종교에 대해 일절 모른다”고 손사래를 쳤다. 성읍2리사무소 관계자는 “목장 안에는 20여 가구 1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구혜진·최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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