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맨' 그의 마지막 입맞춤은 아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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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맨' 로저 클레멘스(41). 통산 310승에 6번 사이영상을 수상한 금세기 최고의 투수. 그가 고개를 떨구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팬들은 경의의 마음을 담아 그를 위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17일(한국시간) 벌어진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 선발로 나선 클레멘스에게 이날 경기는 큰 의미가 있었다. 올 해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팀이 승리해 월드시리즈에 나간다면 더 기회가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현역으로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던질 수 있는 마지막 경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레드삭스의 선발 페드로 마르티네스도 통산 166승을 기록하며 3차례의 사이영상을 받은 훌륭한 선수이기에 양 선수간의 대결은 '세기의 대결'이랄만큼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클레멘스에게는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다'는 뜻에서 월드시리즈 진출만큼이나 중요한 경기였다.

이날 공을 던지는 클레멘스의 얼굴에는 어느때 보다 한층 '비장함'이 묻어났다. 공 한개 한개에 혼신의 힘을 다해서 던지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리고 팬들은 그러한 클레멘스를 열렬히 응원했다.

그러나 클레멘스에게 경기는 어려웠다. 클레멘스는 홈런 2방을 포함 4점을 레드삭스에 내주고 팀이 4-0으로 뒤진 4회초 마운드를 더 이상 지키지 못하고 조기 강판당했다. 마르티네스와의 대결은 둘째 치고 자신의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한 중요한 경기를 잘 마무리 짓지 못하고 마이크 무시나에게 공을 넘겨줬던 것이다.

기립박수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간 클레멘스. 화려한 선수생활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 치고는 너무나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을까? 아니면 이것으로도 족하다고 생각했을까? 그는 왼손의 글러브를 벗어 오른손에 쥐고 입을 맞추며 걸어나왔다. '거인'의 쓸쓸한 퇴장이었다.

그랬던 경기에서 앙키스는 클레멘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려는 듯 연장 11회말 애런 분의 끝내기 솔로홈런에 힘입어 극적 역전승으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에 오르면서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글러브에 '마지막' 키스인듯 입마추었던 클레멘스. 그 입맞춤이 양키스를 되살리는 '행운의' 키스는 아니었을까.

Joins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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