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도 저주지만 양키스는 양키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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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 고! 양키스!"

앙숙간 최고의 대결은 양키스의 월드시리즈행으로 결정이 났다.

17일(한국시간)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 승패를 거듭해 3승 3패 동률을 만든 양팀은 마지막 승부에서 연장 11회까지 가는 혈투 끝에 양키스가 애런 분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6-5로 승리했다.

각각 팀 에이스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로저 클레멘스를 선발로 세운 이날 경기는 초반 마운드 싸움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통산 166승을 기록하며 3차례의 사이영상을 수상한 마르티네스와 통산 310승에 6번 사이영상을 수상한 클레멘스의 대결은 4회에 클레멘스가 조기 강판당하며 싱겁게 끝이났다.

0-0의 균형은 2회 레드삭스 트롯 닉슨의 2점 홈런에 의외로 수월하게 깨졌다.

전날 6차전에서도 끝내기 2점 홈런 등 포스트 시즌에서 결정적인 때마다 홈런을 때린 닉슨은 이날도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앞서 케빈 밀러가 중전안타로 출루한 뒤 타석에 선 닉슨은 클레멘스의 높은 직구를 '로켓맨의 천적'답게 그대로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이어 '공포의 9번타자' 제이슨 베리텍이 2루타로 나간 후 자니 데이먼의 내야땅볼성 타구를 양키스의 3루수 엔리케 윌슨이 1루송구를 실책하면서 베리텍이 홈을 밟아 3-0으로 앞서나갔다. 4회에는 하위타선인 케빈 밀러까지 솔로 홈런을 추가해 4-0으로 멀리 달아나는 듯 했다.

그러나 26회 월드시리즈 우승에 빛나는 양키스는 그리 호락호락 물러날 상대는 아니었다. 5회와 7회에 제이슨 지암비의 연타석 솔로 홈런으로 4-2. 2점을 따라붙었다. 이어진 8회초 레드삭스가 데이비드 오티스의 솔로 홈런으로 다시 달아났지만 승부는 또 다시 알 수 없게됐다.

8회말 들어 연속해서 터진 데릭 지터의 2루타, 버니 윌리엄스의 1루타, 히데키 마쓰이의 2루타, 호르헤 포사다의 2루타.

양키스는 마르티네스의 위력적인 공배합에 무력하게 물러나던 타선이 살아나며 안타를 몰아쳐 단숨에 5-5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후반 힘이 소진해가는 마르티네스의 공을 양키스의 타자들이 집중력을 발휘해 3점을 추가,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며 양키스 팬들을 열기에 휩싸이게 했다.

9회부터 등판한 양키스의 다섯번째 투수 '특급 소방수' 마리아노 리베라, 연장 10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레드삭스의 '너클볼 투수' 팀 웨이크필드는 그 열기 속에서 묵묵히 공 하나 하나에 혼신을 다했다.

11회초 레드삭스의 공격이 끝난 양키스의 11회말 공격.

웨이크필드의 초구. 애런 분이 방망이를 힘차게 휘둘렀다. 잠시 정적이 흐르는 듯 높이 뜬 공은 담장 좌측을 넘어갔다. 양키스가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숨막히는 11회동안의 혈전. 양키스는 양키스였다.

이로써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에서 승리한 뉴욕양키스는 내셔널리그 챔피언 플로리다 말린스와 오는 19일 양키스타디움에서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1차전 경기를 벌일 예정이다.

Joins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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