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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절대우위」에 위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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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일의 일본총선 결과는 과거 28년 동안 계속되어 온 자민당의 앞날에 적신호를 던졌다. 자민당이 21년만에 처음으로 과반수 의석을 위협받게 된 사태는 그 자체로서는 자민당의 계속 집권을 위협하는 정도까지는 가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자민당이 극도로 내분된 상태에서 공명당과 민사당 및 신자유「클럽」 등 자민당과 양립될 수 있는 체질의 중도노선이 등장하고 자민당 내의 파벌간 세력균형이 깨어진 현상을 묶어서 생각할 때 이번 선거는 보수 단독시대에서 정당·파벌간의 「연합시대」로의 개막을 선언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와 같은 변화는 우선 총선 직후에 벌어질 수상선출과정에서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게된다. 오는 25일에 열릴 예정인 중의원에서 결정될 신임 수상선출을 놓고 자민당과 사회당은 각자의 후보를 내세우게 되는데 사회당은 「나리다」(성전) 당수를 이미 결정하고 공산당은 물론 공명·민사·신자유「클럽」 등 중도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해 활동을 벌이고있다. 자민당 쪽에서는 「미끼」와 「후꾸다」중에서 후보를 결정해야 되는데 그 과정에서「록히드」사건을 둘러싼 오랜 내분을 수습해야하는 난관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자민당의 본류에서 벗어난 중도노선의 파벌 및 정당들이 수상선출에서 행사할 영향력은 크게 늘었고 그러한 현상은 앞으로 자민당의 체질과 정책결정에 큰 변화의 요인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다나까」금맥 사건, 「록히드」사건 등 금권부패 정치와 물가고 등 경제문제로 자민당이 국민의 혹독한 심판을 받은 것은 물론이지만 『일본정치의 흐름을 바꿔보자』는 유권자들의 「무드」가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다.
자민당 보수 기성정치에 대한 국민의 싫증과 보수 또는 혁신 어느쪽 보다는 중도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분명해졌다.
자민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원로중진 의원들이 당선은 됐으나 종래의 최고득점 기록과는 달리 겨우 낙선권을 면한 점에서도 밝혀졌다.
사회당은 전직 위원장 급과 현직 부위원장 급이 고배를 마셔 제1야당으로도 한계점에 이른 것으로 지적됐다. 보·혁 연합을 내세워 미일 안보조약 폐기주장의 보류 등 과감한 정책을 내세워 환심을 사려했으나 중도당에 압도됐다.
제2야당에서 제1야당으로 발돋움한 공명당이나 민사당·신자유「클럽」 등 중도세력이 크게 의석을 늘린 것은 일본의회정치의 새로운 전기를 가져왔다. 보수·혁신의 양극보다는 안정기조의 정책에 보다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유권자들의 성향으로 밝혀진 것이다.
자민당이 곧 금권정치를 의미하는 것처럼 됐고 사회당은 무기력하며 공산당은 아직도 자유일본 사회에 뿌리를 깊게 뻗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중도당이 세를 뻗친 것이다. 자민당은 신보수 정치를 주장하며 이탈한 신자유「클럽」과 제휴가 불가피하게 됐으나 자민당과 결별한 신자유「클럽」은 내년 참의원 선거 때까지 독자적으로 당세확장을 꾀할 것으로 보여 자민·신자유「클럽」의 연립문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총선 결과 「미끼」수상의 계속집권 의욕은 좌절된 것으로 보인다. 2백71석의 안정과반수의석을 확보하면 국민의 신임으로 여기고 계속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미끼」수상의 입장은 이제 와해되게 되었다.
앞으로 일본정계의 개편방향을 가능성의 순으로 살펴보면 ⓛ자민당과 신자유「클럽」의 제휴 하의 연합정권수립 ②자민당과 공명 또는 민사당 등 중도세력과의 연립정권수립 ③자민당과 혁신정당 중에 하나와 제휴하는 보혁 연립정권수립 ④혁신진영자체의 연합에 의한 혁신정권수립 등이다. 【동경=김경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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