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의 부동산 맥짚기] 오랜만에 활기 도는 분양시장, 경쟁률보다 미래 가치 따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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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근래 들어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이 의외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줄곧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주택시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괜스레 우울해진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각기 사정이 있어 살던 집을 급히 팔아야 하는데 이게 제대로 안 돌아가니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아파트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 것은 참 다행한 일이다.

 한 정보업체가 조사한 올해 3월까지 민간 아파트 분양 상황을 보면 전국 53개 단지에서 250개 평형 총 2만4609가구가 분양됐다. 이 중 1순위에서 청약이 끝난 평형은 114개로 전체의 45.6%에 달한다. 거의 절반에 달하는 숫자가 1순위에서 마감됐다는 얘기다. 청약자 수도 크게 늘었다. 총 청약자는 지난해 1분기 4만9648명보다 2.7배 늘어난 13만4698명이다. 특히 1순위 청약자는 같은 기간 대비 3.6배 증가한 10만7759명이다. 분양 물량은 비슷한데도 청약자가 엄청 불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신규 아파트에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

 지난 2월 분양된 부산 사직역 삼정그린코아더베스트 전용 84㎡는 142대 1이라는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부산에서 분양된 12개 사업장 중 8개 단지가 높은 경쟁률로 순위 내 청약이 완료됐다. 대구 시장도 만만치 않다. 침산동 화성파크드림의 경우 1순위에서 38.5대 1을 기록하는 등 신규 분양시장이 후끈 달아올라 있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부산·대구에서 분양 열기가 이처럼 뜨겁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물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실적도 좋은 편이다. 이 가운데 서울 위례·은평뉴타운·화성 동탄2 등 신도시권 신규 아파트는 쳥약경쟁이 치열했다.

 기존 주택시장은 냉랭한데 신규 시장에 활기가 도는 이유는 뭘까. 위치가 좋고 분양가격이 싸서 그렇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은 지역은 대개 미분양 사태를 맞았다.

 실수요자 입장에서 볼 때 내 집도 장만하면서 시세차익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인파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니겠나. 여기서 잠시 생각해볼 게 있다. 청약경쟁이 높다고 아파트가 다 팔리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3순위까지의 아파트 쳥약률은 별 의미가 없다. 3순위는 회사가 청약자 동원 등을 통해 경쟁률을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업체들은 경쟁률을 높이려 안간힘을 쏟는다.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계약이 부진하면 돈이 안 돌아 부실공사 우려도 없지 않다. 이런 사실을 수요자들이 잘 알아 미분양 물량은 더욱 안 팔린다.

 그래서 업체들은 계약률을 실제보다 10~30% 부풀려 발표한다. 초기 경쟁률이 높아 다 분양된 것 같지만 실상은 계약 포기 등으로 주인을 찾지 못한 아파트가 의외로 많다. 아파트를 고를 때 청약·계약률에 현혹되지 말고 미래가치 등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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