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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로 했던 사회봉사 이젠 자원봉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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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해 말 공무집행 방해죄로 집행유예와 함께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던 전직 택배회사 직원 최병률(39)씨는 봉사를 마친 뒤 자원봉사의 길을 걷고 있다.

사회봉사를 했던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과학원교회에서 안 입는 옷과 물품을 기증받아 영세민에게 나눠주는 일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의 줄잇기'운동이다.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헌옷을 깨끗이 다듬고 수선하는 게 그의 일이다. 서울시내 복지관들을 돌면서 알뜰시장을 열고 직접 물건을 팔기도 한다. 그의 자원봉사 동료인 김정린(47)씨도 이곳에서 사회봉사 2백40시간을 마친 전직 공무원이다.

金씨는 "처음 보호관찰소에 배정받아 교회 사람들과 물건을 팔러 나갔는데 아무 의심 없이 돈 관리를 맡기더라. 죄를 저지른 사람을 믿어주니 진심으로 더 노력하게 됐다"고 말했다.

崔.金씨처럼 이 교회에서 사회봉사명령을 마치고 자원봉사를 계속하는 사람은 모두 10명이다.

졸음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냈던 인테리어 기술자 이호(28)씨는 작업장 천장에 옷을 걸 수 있는 기둥을 설치했고, 崔씨는 택배회사 출신답게 오토바이로 물건을 나른다. "자기 능력을 살려 어려운 이웃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니 보람이 더 크다"고 崔씨는 말했다.

이들은 최근 '사랑의 줄잇기 후원회'를 만들어 한달에 1만원 이상 기부금도 내고 있다.

◆사회봉사명령제=집행유예를 선고한 범법자들에 대해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제도. 교도소에 가둘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을 막고, 국가 재정도 절감하며, 대상자는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죄값을 치를 수 있어 '형사정책의 꽃'으로 불린다. 1989년 비행청소년에게 처음 실시했으며 97년에 성인범까지 확대했다.

장정훈.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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