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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서독 슈테른지가 본 인물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4일 새벽 4시 대통령당선이 확정된 직후 「지미·카터」는 고향의 소읍 「플레인즈」역사에서 환호하는 군중에게 연설하다 갑자기 부인 「로절린」여사를 얼싸안았다.
감격에 북받쳐 괸 눈물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아마 이게 인간 「카터」의 참모습이었을 것이며 많은 사람이 그렇기를 기대하고있다.
그러나 그의 많은 비판자들은 대중에게 드러나지 않은 그의 다른 일면을 들추어내고 있다. 선거운동기간 중 그의 정적들은 그의 지난 행적을 들어 『우리 세대에서 가장 권력욕에 들뜬 사람』(「월·스트리트·저널」지)이라고 경고했다.
「독실한 침례교 신자이자 진실한」「카터」가 모든 인간들에 애정을 갖는다고 연설할 때 비판자들은 그가 술수로 정적을 넘어뜨렸으며 주지사 재직시 예산을 낭비했다고 맞섰다.
「카터」에게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그의 성격의 표리관계다. 그의 추종자들이 뛰어난 현실감각을 말하면 비판자들은 그 이중성을 들고 나온다.
실장 진보적인 사람들 앞에서 그만큼 진취적이고 자유분방한 사람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그러나 보수적인 사람들 역시 그가 자기네와 똑같은 생각을 가졌다고 여길 만큼 그는 상황에 따라 행동한다.
그는 선거유세 중 「인디애나폴리스」에서 흑인 청중을 앞에 놓고 월남에서의 미군작전을 인종차별정책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파했다. 「유럽」이 전장이었다면 그같은 무차별 폭격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바로 2주일 뒤 그는 「샌프런시스코」에선 백인 청중들에게는 그런 말한 적이 없다』고 다짐했다.
「필라델피아」에서 『미국정부가 지나친 관료체제라고는 절대로 생각 않는다』고 선언했다가 「뉴요크」에 가서는 『「워싱턴」은 낭비적이고 통치능력이 결여된 거대한 관료주의적인 말썽덩이』라고 진단했다. 70년 11월에 『미국에서 사형제도는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가 이듬해 5월 『우리의 사회는 사형제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카터」의 모순은 수두룩하다.

<「밀라이」학살을 옹호>
이번 선거에서 소수빈민층을 옹호하고 나서 흑인 유권자의 94%인 6백 60만 표를 획득한 「어릴 때부터 흑인을 친구로 삼았던」「카터」의 선거운동원들은 70년 「조지아」주지사선거 때 경쟁자인 「칼·샌더스」가 흑인 농구선수들과 어울리고있는 사진을 대대적으로 살포했다. 인종차별이 체질화된 「조지아」주 사람들에게 「샌더스」가 흑인들의 친구라는 사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는 「조지아」주지사로 재직할 때 월남전에서 무고한 양민을 무자비하게 살해한 「밀라이」학살사건의 지휘자 「켈리」중위가 유죄선고를 받자 이에 항의, 『미국전사의 날』을 선포하고 온종일 자동차들이 「헤들라이트」를 밝히고 다니게 했다. 미국의 월남전 개입 진상을 밝힌 국방성 기밀문서가 폭로됐을 때는 앞으로는 그러한 문서가 보도되지 않도록 입법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금년 초 예비선거를 앞두고 그의 연설문 초안자 중의 한 사람은 「카터」가 측근들과 이야기할 때는 국방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대중 앞에 나서서는 정반대의 말을 한다고 대들며 그의 곁을 떠나기도 했다.
「카터」의 경탄할만한 점은 「워터게이트」사건과 월남전에 대한 평가였다. 괴로운 과거에 대해 국민의 자책을 촉구하지도 않았고 골치 아픈 현실문제를 들추어내지도 않았다.
『여러분과 「워터게이트」사건과는 무관합니다. 여러분이 전쟁에 참여한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은 결백합니다』라고 말하여 「워싱턴」의 서투르고 비「아메리카」적인 권력집단만의 책임인 것처럼 만들었다.
진보파에게나 보수파에게나 안정과 성실. 평화와 기쁨이라는 말로 파고들었다.
정치이상이나 사상적인 면이 「카터」의 강력한 특징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주지사 시절인 72년의 어느 한 여름밤 대통령이 돼보겠다고 작정했을 때 그는 조국에 대한 애정에 앞서 권력에 대한 노골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카터」는 자서전에서 다른 대통령지망자들의 자질과 자신을 비교해보곤 놀랐다고 기록하고있다. 그만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면 난들 못하란 법이 없다고 그는 스스로 다짐했다.
이때부터 그는 여론조사 담당자인 「폴·캐들」로 하여금 국민들이 대통령후보자에게서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가 조사하도록 했다. 「캐들」은 사회문제라든가 외교정책보다는 정부의 허황된 공약과 정치인들의 자화자찬이 국민들의 관심을 끈다고 보고했다.

<딸은 레먼·주스 팔기도>
따라서 「카터」는 선거에서 그 자신의 개인적인 특성을 앞세우고 「프로그램」을 뒤로 돌렸다. 구체적인 문제에 이르면 그가 어찌나 모호한 태도로 얼버무렸는지 예선 때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의 절반은 그의 정책을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거나 「카터」의 생각이 아닌 다른 것으로 혼돈하기도 했다.
그러나 활짝 웃는 얼굴의 「카터」는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매력을 고루 갖추고 있다. 시골 오두막집에서 태어나 농부로 있다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미국인이 동경하는 전형적인 입지전이다.
대통령후보로 지명되고서도 손수 양말을 빨고 잠자리를 자기 손으로 정리하고 「트렁크」도 자기가 챙긴다는 점은 그의 개인적인 매력의 하나다.
또 침례교 신자로 하루에 25번씩이나 기도하고 여덟 살짜리 딸이 「레먼·주스」를 만들어 집문 밖 판매대에서 팔아 용돈을 만들며 누이동생이 전도사로 안수치료까지 하고있는 그의 집안은 전형적인 미국인 가정의 본보기로서도 매력을 끌기에 충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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