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봐도 슬픔이 … 1965년판 '저 하늘에도 …' 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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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반세기 만에 복원된 김수용 감독의 영화 ‘저 하늘에도…’에서 윤복의 일기가 출간돼 주목을 받는 장면(사진 위). 아래는 동생들에게 동냥 밥을 먹이는 장면.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1965년 개봉 당시 숱한 관객을 울렸던 흑백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김수용 감독)의 필름이 발굴됐다. 한국영상자료원(이하 자료원·원장 이병훈)은 21일 서울 상암동 자료원에서 복원된 영화를 공개했다.

이 영화 필름은 국내 개봉 이후 유실됐으나, 당시 대만에 수출된 기록이 남아 있었다. 자료원은 대만영상자료원이 보관하고 있던 듀프 네거티브 필름(여러 벌의 프린트를 복사하기 위해 따로 만드는 상영용 필름)을 지난해 가을 확인하고, 국내에 들여와 디지털 복원 작업을 진행했다.

트랜스아시아영상문화연구소 김소영 소장 의 역할이 컸다. 이 영화의 중국어 제목이 ‘추상촌초심’(秋霜寸草心)이라는 데 착안해 대만영상자료원에 중국영화로 분류돼 있던 필름의 소재를 알아낸 것이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64년 동명의 제목으로 출판된 이윤복 어린이의 일기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 당시 대구 명덕초등학교 4학년이던 이윤복(김천만)은 집을 나간 어머니(주증녀), 몸져누운 아버지(장민호)를 대신해 껌을 팔고, 풀을 베어 팔고, 구두를 닦고, 동냥을 하며 세 동생의 주린 배를 채운다. 이런 가운데 매일 일기를 썼다. 이를 읽은 선생님(신영균)이 여러 출판사를 두드린 끝에 일기가 출판되고 베스트셀러가 됐다.

 김수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는 65년 국제극장에서 개봉해 서울에서만 28만 5000여명이 관람했다. 앞서 38만 관객(서울 기준)이 관람한 신상옥 감독의 컬러영화 ‘성춘향’(1961)에 이어 당시로선 역대 2위의 흥행 기록이다. 이후 1970년 속편(이상언 감독)도 나왔고, 1984년 김수용 감독이 직접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약 50년 만에 복원된 영화를 본 김수용 감독은 “죽은 친구를 다시 보는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5월 22일부터 한 달간 열리는 자료원 창립 40주년 기념 영화제에서 일반에 무료로 공개될 예정이다.

장성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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