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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고학생조직 적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서울 남부경찰서는 5일 가출소년들에게 가짜 중·고교 복장을 입혀 수치심을 잊게 하는 해열진통제 등을 먹인 뒤 「버스」승객을 상대로 연필·껌 등을 팔게 하여 돈을 갈취해온 연규남씨(20·서울 관악구 본동 7), 장 모군(16·관악구 신림3동) 등 5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및 절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서울시내의 가짜 고학생 8개 파 5백여 명의 계보를 밝혀내고 이들로부터 상습적으로 금품을 갈취한 돼지파 총책. 별명 「돼지」(28), 부두목 수철(26) 및 지역조직책 8명을 수배하는 한편 가짜 고학생조직에 관한 전면수사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연씨 등 5명은 5개월 전부터 무단 가출한 성모군(16·서울 성북구 성북동)등 10여 명을 장군 집에 합숙시키고 해열진통제 「아로진·S」와 「옾타리돈」 등을 1인당 하루 7∼8알씩 함께 복용한 뒤 영등포·노량진 등 강남일대를 운행하는 시내「버스」를 타고 연필·「껌」·신문 등을 팔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성군 등이 1일 3천 원 이상을 벌어들이지 못할 때는 한꺼번에 진통제 5알씩을 먹인 뒤 면도칼로 손등·배 등을 긋고 몽둥이로 전신을 때리는 등 폭행을 가했으며 일당을 벌지 못한 날은 소매치기와 도둑질로 메우도록 했다는 것.
이들은 매일아침 서울 중구 남대문로 남대문극장 앞에서 고학생조직의 두목 「돼지」를 만나 1인당 5백∼1천 원씩 건네주고 하루의 판매전략을 지시 받았다는 것이다.
성군 등에 따르면 진통제를 복용했을 경우 기분이 좋아지고 수치심이 없어져 「버스」승객들 앞에서 가짜 고학생 행세를 서슴없이 해낼 수 있었다는 것.
서울 관악구 B중학 3년을 중퇴한 성군은 지난 4월 중순쯤 같은 반 이모군(16)이 가정형편이 어려워 가짜 고학생조직에 가담, 「껌」팔이를 하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서 이 군과 함께 행동을 같이한 것이 절도까지 하게되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들은 가짜 고학생 노릇을 하면서 1백 원은 「한량」, 5백 원은 「데비」, 1천 원을 「엠바이」, 2천 원은 「니엔」, 3천 원은 「사엔」, 1만 원은 「만꾸라」 등의 은어로 불렀으며 승객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당까」, 비밀이야기를 「논산말」, 장사를 「쌩고」라고 하는 등 30여 개의 은어를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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