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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병, 호텔서 한 명 사살… 자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4일 상오5시45분쯤 서울 종로구 장사동 227의1 「센트럴」관광「호텔」(대표 이신호·56) 7층 702호실에 육군 모부대 소속 이종원 병장(25) 최치영 상병(23) 등 2명이 M·16 2정, 실탄 80여 발과 수류탄 12개를 들고 뛰어 들어가 7층 「웨이터」 운인호 군(19·서울 관악구 신림동 306의 162)을 쏴 그 자리에서 숨지게 하고 일본인 1명을 포함한 남자투숙객 8명·여자 4명·종업원 3명 등 15명을 인질로 긴급 출동한 군·경 1천여 명과 4시간 대치했다.
이들 사병은 상오9시44분 수류탄 2발을 터뜨려 자폭했다.
이 사고로 삼일 고가도로가 4시간이상 완전 봉쇄됐으며 청계천 6가에서 청계천 2가까지, 단성사극장에서 을지로 3가까지 통행이 막혀 출근길의 수도서울 도심지 교통이 마비됐다.
군·경은 「호텔」1층 「프런트」에 긴급 지휘본부를 설치, 구내전화를 통해 범인들에게 자수를 권유했었으나 범인들은 자수권유를 거부했다.

<발생>
통금이 해제된 후 범인들은 군복차림에 총기를 든 채 반쯤 열린 「호텔」 정문「셔터」 밑으로 기어 들어갔다. 당시 1층 「프런트」에서 범인들을 본 종업원 천세택씨(25)는 범인들에게 『웬일이냐』고 물었으나 범인들은 『탈영병을 잡으러 왔다』고 태연히 대답한 뒤 천씨 앞을 지나 서쪽에 있는 구내 계단을 통해 유유히 올라갔다는 것.
범인들은 이어 7층까지 올라가 맨 먼저 범인 중 l명이 청계천 삼일고가 도로 쪽에 있는 702호실에 들어가 남녀투숙객 2명을 총으로 위협, 방구석으로 몰아붙였다.
당시 702호실에 투숙 중이던 조용희씨(35·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따르면 범인1명이 7층의 24개 객실 문을 차례로 두들겨 이 가운데 문을 열어 준 투숙객 12명과 종업원 3명을 붙잡아 702호실로 끌고 갔다는 것.
조씨는 범인이 『왜 문을 안 여느냐. 개××들』 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취객 또는 불량배일 것으로 판단, 문을 열지 않아 위기를 모면했다는 것.
범인들은 복도에서 인질을 끌고 가며 『조용히 하라, 떠들면 모두 죽인다. 우리는 생명을 내놓았다』고 위협했다는 것이다.
이때 마침 7층 「프런트」 담당 종업원 운인호 군이 『왜 손님들을 놀라게 하느냐』고 따지자 그대로 총을 난사, 그 자리서 숨지게 했다.

<신고·출동>
이 사건은 범인들을 구파발에서부터 싣고 온 서울1 아4415호 「택시」운전사 김병호씨(47)가 신고했다. 김씨는 군인들이 내린 뒤 M·16 실탄 「케이스」 8개가 차안에 있는 것을 보고 곧 인근 종로4가 파출소에 이를 신고했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기동타격대·사복형사 등 40여명이 1차로 긴급출동, 인질사건임을 알고 교통을 통제, 뒤이어 군·경이 차례로 출동했다

<대치>
범인들은 702호실에서 삼일고가도로 쪽에 있는 창문에 의자로 「바리케이드」를 쌓고 구내전화를 통해 1층「프런트」의 지휘본부와 통화를 계속했다.
범인들은 상오7시쯤 인질 중 김순겸 씨(40)를 밖으로 내보내 맥주를 들여보내라고 요구, 경찰이 맥주 3병을 김씨를 통해 들여보냈다. 범인들은 맥주를 인질들에게 마시게 한 뒤 이를 마신 인질이 곧 잠이 들자 구내전화를 통해 지휘본부에 『우리를 속이지 말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때 한 경찰 간부가 『수면제를 타지 않았다. 인질이 피곤하여 잠이 든 것』이라고 설명하자 범인들은 다시 맥주3병을 요구했다.
지휘본부는 구내전화를 통해 인질가운데 있는 일본인을 먼저 풀어달라고 설득, 9시20분쯤 일본인 인질 「가또」씨(50·대판시·724호 투숙객)를 석방, 종업원 3명 등 남자 10명과 여자 4명을 계속 잡고 있었다.
범인들은 대치 중에 7시20분·8시22분쯤 모두 4차례에 걸쳐 방안에서 모두 20여 발의 공포를 마구 쏘아댔다.

<자폭>
범인들은 인질극을 벌인 뒤 4시간만인 상오9시44분쯤 범인 중 최 상병이 『25m 전방으로 후퇴하라』고 인질들을 모두 내보낸 뒤 수류탄 2발을 터뜨려 자폭, 2명 모두 숨졌다.
이들은 『엄청난 사고를 저질렀으니 자수해도 죽음을 뻔하다. 자폭하겠으니 멀리피하라』고 말했다는 것.
이에 앞서 최 상병은 인질중의 1명인 「호텔」종업원 이진씨(28)를 불러 차고있던 「시티즌」 팔목시계 1개를 끌어주며 『부대에서 동료에게 빌어온 것이니 수고스럽지만 주인에게 돌려달라』고 말했다는 것.
자폭 전 범인들로부터 풀려난 종업원에 따르면 범인 중 1명이 인질로 잡아둔 여자투숙객 3명 중 1명을 인질들이 보는 앞에서 난행 했다는 것.
인질범들이 자폭한 702호실의 창문은 유리창 10개가 산산조각 났으며 인질범들의 시체가 갈기갈기 찢겨 벽·창문 등에 걸쳐있었고 피와 살점들이 「호텔」앞 청계천 도로 위에 어지러이 널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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