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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 생물』을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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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요즈음 분자생물학자들 사이에서는 「모자이크 생물」이라는 용어가 유행이다. 마치 「모자이크」를 만들듯 실험실에서 유전자를 마음대로 조작, 만들고싶은 생물을 제작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자들은 아기를 낳는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 인간제조공장에서 「컴퓨터」가 지시하는 대로 천재적인 두뇌, 뭇 사람을 매혹시키는 용모, 건장한 체구를 지닌 이상적인 인간의 제조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사자의 머리·산양의 몸통·뱀(용)의 꼬리 현상을 한 괴물- 희랍신화에서 나오는 「키메라」는 물론 상상의 생물이었지만 유전자의 정체와 그 조작에 대해서 연구하는 현대 분자생물학자들의 눈에는 앞으로 실현 가능한 생물로 보인다. 서로 다른 종류의, 유전자를 결합하면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는 생명의 기본적인 청사진이다.
즉 유전자에는 생명제의 구체적인 설계도가 들어있다. 「사람이 되라」, 「남자가 되라」, 「키 1m 70㎝의 한국인이 되라」, 「눈은 총명하고, 코는 자신만만하고 입은 단호함이 보이도록 하라」 등등의 설계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를 유전정보라고 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유전자가 4가지 염기에 20종류의 「아미노」산이 순열·조합을 이루며 결합된 이중나선형 DNA(핵산)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인간의 유전자는 약 60억 쌍일 거라고 추정한다.
이 60억 쌍의 유전자에 인간의 특성을 결정하는 온갖 유전정보가 들어있는 것이다. 한 학자가 측정한 바에 따르면 모기가 겨우 60「미크론」(1「미크론」은 1천분의 1「밀리미터」) 에 불과한 인간의 정자 속에 5백「페이지」짜리 책 1천 여 권에 수록할 수 있는 유전정보가 들어있다.
따라서 유전자의 구조를 파악하고 유전정보를 해석하기만 하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유전자를 조작, 「모자이크」생물을 제조할 수 있다. 이 분야의 연구를 유전자공학이라고 부른다.
최근 분자생물학자들은 유전자공학 연구에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비록 학자들이 규명해낸 유전자의 구조는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이미 77쌍의 인공유전자를 합성해냈고 유전자에 그려진 설계도의 일부를 수정함으로써 치명적인 유전병을 비롯해서 공해병까지도 퇴치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이다.
특히 세균의 유전자에 다른 종류의 유전자 단편을 결합시키면 그 세균이 지니고 있는 독소를 제거할 수 있음이 실험으로 입증되어 분자생물학자들은 「유전자 바꿔치기」같은 유전자조작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유전자공학은 인류가 직면할 식량위기도 쉽게 해결해줄 것이라고 분자생물학자들은 전망한다.
그러나 유전자공학 연구를 두고 학자들 사이에서는 찬반논란이 격렬하다.
연구의 성격으로 보아 위험한 요소가 많긴 하지만 원자력과 마찬가지로 얼마든지 인류에 공헌할 수 있으므로 유전자공학 연구는 당연히 진행되어야 한다는 학자들이 있는가하면 실험연구의 윤리성을 들어 연구 중지를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신의 영역인 「생명 창조」를 인간이 침범했을 때 초래될 가치관의 혼란이라든지, 자연의 혼돈상태를 비관하는 학자들도 유전자공학은 단지 꿈을 쫓는 인간의 허망성을 충족시켜줄 뿐 지극히 위험한 분야라고 규탄한다.
과연 이 지구상에 「키메라」와 같은 「모자이크」생물이 출현하게 될지 어떨지는 두고볼 일이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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